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

지난 24일 ‘대전의 꿈, 4차산업혁명특별시’ 선포식이 문재인 대통령을 모시고 대전시청에서 있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더불어 다양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혁신성장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이날 대통령은 대전의 대덕특구가 단순 R&D기관이 아닌 신기술 사업화를 통해 청년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덕특구 종사자 입장에서 혁신성장, 혁신창업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필자는 정부출연연구원의 기술을 활용해 혁신창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개인의 단독창업이 아닌 팀창업 즉 기획창업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상 단순 아이디어를 활용한 개인창업 보다는 사전기획을 통한 대규모 팀창업이 사업 조기정착 및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부출연연구원에서 기획해 전략적 창업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사전 발굴·선별해 가상기업(virtual firm)형태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정부출연연구원 핵심 전략기술을 기획창업하는 조직으로 R&D 뿐만 아니라 연구인력, 마케팅, 투자 등 전문 인력을 미리 구성해서 사업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중·대형 규모의 혁신창업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혁신창업자 설립자본금을 지원해야 한다. 핵심기술과 확실한 사업모델을 보유한 예비창업자 중 기업설립시, 자본금 조달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융자 및 투자(VC를 통한) 등 정부 정책자금 프로그램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창업자에게는 아무리 좋은 기술과 사업성이 있더라도 융자일 경우 담보로 제공할 물적 자산이 부족하고, 투자일 경우 지분문제 즉 기업가치로 인해 기술력 있는 초기기업들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설립자본금을 국민의 세금으로 제공하면서까지 혁신창업을 촉진시킬 필요가 있는지, 모럴 헤저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엄격한 선별과정을 통해 혁신창업자를 대상으로 설립 자본금의 50%이내(1억원 이내)에서 무담보·무이자·무보증 형태로 지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설립자본금을 지원하더라도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설립 자금을 융자형태 또는 투자형태로 대여해 주는 것이고, 추후 지원금에 대한 회수만을 고려하면 된다.

셋째, 공공기술의 무상활용이다. 혁신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에게는 유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원이나 대학의 공공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공공기술을 활용한 창업이나 기술이전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미약한 편이다. 현재 25개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원 및 대학에서는 매년 수천 건의 기술과 특허가 생산되고 있지만, 사업화로 연결되는 경우는 20% 내외로 보고 있다. 잠자고 있는 나머지 80%의 기술이 혁신창업기업에게 무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기기업의 경우 낮은 자본력과 정보 부재, 상대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어 정부출연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R&D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절약 등을 희망하고 있으나 기술료 과다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 이에 기술창업을 희망하는 혁신창업은 정부출연연구원이나 대학의 기술을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 경상기술료로 2배, 3배 이상을 납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공공기술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기술사업화 가능성을 해당 기관에서 정밀 진단한 이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혁신창업의 길이 쉽지는 않다. 필자가 속한 연구원에서 조만간 외부인을 대상으로 ETRI 기술을 활용한 개방형 혁신창업자 모집을 추진할 예정이다. 혁신성장, 혁신창업을 갈망하는 예비창업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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