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억수 ETRI 산업전략연구그룹 책임연구원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 일자리 문제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는 구조적으로 아주 복잡한 문제여서 실업의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인구구조 및 노동력 구조의 변화 등 노동공급 측면과 경제상황, 산업구조의 변화 등 노동수요 측면에서 상호 원인이 충돌한다.

특히 우리나라 실업은 일자리 수의 부족뿐만 아니라 안정적 직장, 좋은 일자리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기피가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직자들은 고용한파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일자리 미스매치(miss-match)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의 미스매치 관련 통계에 의하면 2014~2017년도 평균 실업률 3.62% 중 노동수요 부족에 의한 실업 비중(7%) 보다 일자리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 비중(93%)이 절대적으로 높은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는 인력수급의 문제와 임금·복지수준의 차이, 직무조건에 대한 정보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미스매치가 해소되지 않고 심화될 경우 불평등,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실효적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를 보면,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독일은 정부 주도의 고용지원센터, 미국은 원스톱 커리어 센터, 일본은 취로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자리 매칭에 주력하면서 기본적으로는 고용 정보서비스 및 미래 인력양성에 정책의 근간을 두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워크넷(고용종합정보망)을 통해 지방자체단체, 민간취업사이트와 연계한 일자리 정보와 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일자리 정보가 한정적이고 구직자에 대한 개인정보 활용의 난제 등으로 실질적 매칭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한 AI 기반 일자리 매칭 솔루션들도 속속 출시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구직자 정보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와 대기업 중심의 인재확보 및 채용 프로세스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진 채용 플랫폼 서비스로 양분되어 개발·적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중소기업 관련 일자리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당면하고 있는 일자리 정보 미스매치 해소와 실질적 일자리 매칭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고용종합정보망인 워크넷을 중소·중견기업이 포함된 전체 기업의 정보와 개인 이력정보를 연계·통합한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일자리 정보 플랫폼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개선 및 기업의 상세 직무와 근무조건, 구직자 이력에 대한 정보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망라한 직업과 직무에 대한 표준화와 지역별·학력별·연령별로 취업결정 요소 등에 대한 종합분석이 수반돼야 한다.

AI 구현에도 많은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ETRI에서 이미 개발해 공개한바 있는 엑소브레인(Exobrain), 비아이(BeeAI) 등의 AI 플랫폼을 접목, 활용하는 것도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구직자 눈높이에 맞는 설계와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토대로 미래 직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AI로까지 성장시켜 가까운 미래의 일자리 수요를 알려주는 지표 개발 수단으로 그 쓰임새와 활용의 폭이 넓혀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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