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설비 오작동 진술 나와, 건축도면 없는 곳 용도변경, 소방안전관리자 잦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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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천안 쌍용동 소재 라마다 앙코르 호텔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수십여 명의 사상자를 낸 천안 쌍용동 소재 라마다 앙코르 호텔 화재와 관련해 호텔 측의 소방안전관리가 엉터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소방설비에 오작동이 종종 발생하면서 제어 장비를 일시적으로 중지시켰었다는 관계자들의 진술이 나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이 부분에 대한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24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화재는 지하 1층 주차장 린넨실 내에 있던 전열기 콘센트의 합선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린넨실 내에서 시작된 불이 지하주차장 천장에 시공된 단열재인 아이소핑크(압출발포폴리스티엔 단열재)로 옮겨 붙으면서 지하 1층 전체로 확대됐다.

불이 난 린넨실과 함께 이 호텔 지하주차장에는 건축 도면상에 없는 공간들이 무단으로 용도 변경돼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번 화재사건이 있기 전부터 이 호텔에는 소방설비에 오작동이 종종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까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수신기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곤 했다는 직원들의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신기를 강제로 중단시킬 경우 경보음이 꺼지고 스프링클러 연동에도 영향을 미쳐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 감식단 관계자는 “오동작이 자주 나서 수신기 쪽에 연동 정지를 시켜 놓고 이후 현장 확인을 하고 이상이 없으면 돌아와서 복구해 놓는 시스템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설비를 조작한 정보들은 수신기 내부에 보관돼 있는데 이번 불로 수신기가 있는 방재실까지 모두 전소돼 합동조사단은 진상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호텔은 건축 당시 방재실의 방화구획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재실의 경우 화재 발생에 대비해 자재 사용에도 건축법상 일정 시간 이상 불에 견딜 수 있게 내화재를 사용해야 하며 천장 시공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게다가 2017년 7월 준공된 이 호텔은 소방안전관리자마저 여러 명 교체됐다고 한다. 마지막 소방안전관리자는 불이 나기 전날 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설팀 직원들도 자주 바뀌면서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기본적인 오동작 대처법 등만 교육받은 채 현장에 투입됐다는 진술이 상당수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불에 탄 수신기 내부 정보의 복구를 의뢰한 상태다. 또 호텔 측 등을 대상으로 무단 용도변경 등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중인 상태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기 힘들다”면서 “국과수의 결과가 나와야 종합적인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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