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의를 빚은 해외연수에 대해 사과하는 지방의회 의원들. 연합뉴스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의 이른바 해외연수의 비효율성과 예산낭비로 인한 불신과 질타의 눈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95년에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이후 이어진 공직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는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같은 연수라 해도 공무원들의 경우는 한 단계 수준이 높다. 최소한의 면피성 명분과 장치를 추가해 대놓고 비난을 받는 경우가 덜하다지만 지방의회는 무모하리만치 대책 없는 소모적 외유를 여전히 즐기고 있다. 이번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낯 뜨거운 소동을 계기로 어떤 개선이 이루어질지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처럼 정보 소통과 교류가 활발한 시대에 굳이 외국 현장에 가서 관광 틈틈이 끼워 넣은 견학, 시찰, 방문 같은 구색 맞추기 프로그램이 존속하는 이상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가능한 대안을 생각해 본다. 그들의 주장대로 '해외연수' 목적에 부합하는 자료 공유 시스템 구축이 우선 필요하다. 유사한 목적으로 활용될 해외 관련 현장 정보와 자료를 모아놓을 사이트를 구축해 공유하는 길이 있다. 사진 자료와 동영상도 함께 올린다. 먼저 다녀온 단체가 구해온 자료를 함께 이용하거나 새로 외국 유관 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굳이 큰 돈 들여 해외에 가지 않더라도 의회 의원들의 주 방문목적이라는 정보와 자료 수집은 해결되지 않을까. 외국어로 작성된 자료라면 전문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겨 공유하면 된다. 대면 토론이나 회의가 필요하면 영상 미팅이 가능하다. 프랑스 파리 근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지인은 숱한 한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찾아와 똑같은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약간 깔보는 듯한 표정을 지어 기분상한 적이 있었다.

이런 실질적인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 하고 굳이 황망히 공항을 빠져나갈 필요가 없겠다. 굳이 선진 문물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개인 부담으로 의회가 쉬는 기간에 삼삼오오 다녀오면 된다.

새해에 국회의원부터 기초의회 의원에 이르기까지 '관광성 해외연수 제로' 원년을 만들어 그렇지 않아도 불신의 눈초리가 깊어가는 의정, 지방자치가 환골탈태, 새로운 믿음을 주기 바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