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이태호]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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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치주염 박테리아, 치매 원인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박테리아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일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매를 비롯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코텍자임(Cortexyme) 연구팀은 만성 치주염의 주요 원인균인 프로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Pg: porphyromonas gingivalis)가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3일 보도했다.

그람 음성(gram-negative)균인 이 박테리아가 치매의 병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동물과 시험관 실험을 통해 발견됐다고 연구팀을 이끈 스티븐 도미니 박사가 밝혔다.

우선 이 박테리아를 쥐에 감염시킨 결과 치매와 관련된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만드는 물질이 신경세포에서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또 이 박테리아가 지니고 있는 독성 효소(프로테아제)인 진지파인(gingipain)을 치매 환자의 신경세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생체(vivo)와 시험관(vitro) 실험을 통해 진지파인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신경독성(neurotoxin)을 띠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은 진지파인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을 물색한 끝에 소분자(small molecule) 후보물질(COR388)을 찾아냈다.

이 후보물질은 신경세포에 감염을 일으킨 Pg 박테리아를 감소시키고 베타 아밀로이드 생산을 차단하는 한편 신경염증을 줄여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다.

연구팀은 이 후보물질을 용량을 달리해 소수의 치매 환자와 건강한 사람에 최장 28일 동안 투여해 봤다.

그 결과 치매 환자와 정상인 모두 안전하고 내약성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 환자들은 여러 인지기능 테스트에서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금년에 이 후보물질을 경증 내지는 중등도(moderate)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2/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2016년 3월 영국 옥스퍼드, 에든버러, 맨체스터 대학의 치매 전문 학자들은 연구 발표를 통해 치매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일 수 있다면서 특히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클라미디아 박테리아 그리고 나선상 균인 스피로헤타균을 잠재적인 치매 주범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많은 치매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거의 모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제는 노인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Advancement of Science)의 학술지 '과학 발전'(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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