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너도나도 화장
유아용 화장품 브랜드 증가, 키즈카페도 화장대 진열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 대전 서구 둔산동의 7년차 어린이집 보육교사 노모(28) 씨는 걱정이 많다. 유아용 화장품이 급속도로 유행하며 5세 아동들이 수업시간에 화장을 하는 진풍경(?)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용 콤팩트부터 립스틱에 볼터치까지 종류도 가지가지다.

노 씨는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화장품을 가방에서 꺼내는데 나보다 종류가 더 많은 것 같다. 빨간색 어린이용 립스틱을 바르면서 ‘선생님 여자는 입술이 빨개야 섹시한거죠?’라고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가 허락했기 때문에 가져오지 말라고도 못한다”며 “정서적, 신체적으로 아이들에게 혹시나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교사로서 우려스럽고 어떤 식으로 지도해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에게 분 화장 열풍이 이제는 미취학 아동들에게 번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각종 유아용 화장품 브랜드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며 여자 아이들의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 되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대전점에는 유아용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23일 이 매장에는 20여 가지가 넘는 색상의 매니큐어부터 볼터치까지 각종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여아 학부모 A 씨는 “요즘 딸아이가 유투브를 보더니 화장품을 사달라며 하도 졸라서 한 번 찾아와 봤다”며 “또래 친구들은 다 갖고 있는데 본인만 없다고 떼를 쓰니 기본 제품 정도는 사주려고 하는데 아직도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린이들의 놀이터인 키즈카페 역시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각종 캐릭터를 앞세운 화장대가 거울과 함께 일렬로 진열돼 있고, 어린이용 고데기부터 마스크팩까지 여아들을 사로잡기 위한 아이템들이 구비돼 있다. 어린이들을 겨냥한 각종 관련 영상이 수없이 쏟아지고, 다양한 유아용 뷰티 브랜드가 생겨나며 연계된 사업 아이템들도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키즈 코스메틱’이 유발하는 외모에 대한 소비와 상품화가 아이들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지역 유아교육과 교수는 “아이들이 취학도 하기 전 이미 ‘여성은 예뻐야 한다’, ‘예뻐지려면 화장을 해야 한다’와 같은 고정관념이 자리 잡힐 수 있고, 이는 더 나아가 종합적 사고능력과 창의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과 따돌림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방관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