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역사를 잊은 민족은 재생 할 수 없다.’ 이 말은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지은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말이다. 단재 선생은 1880년 대전 중구 어남동에서 태어나 구한말 독립협회에서 활동했으며,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에 논설을 쓰며 친일파의 매국 행위를 비판하고 국권 회복 운동을 주창했다. 독사신론, 조선사 연구초 등 역사서를 펴내며 민족의식 고취에 힘쓰던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에도 참여했다.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대만으로 가던 중 일제에 체포돼 중국 랴오닝 성 뤼순 감옥에 수감됐고 1936년 옥사했다.

올해도 생가지에서 ‘단재 신채호 탄신 138주년 기념 헌화식’이 열렸다. 특히 이번 헌화식에는 중국에 사는 단재 선생의 며느리인 이덕남 여사도 처음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그 동안 이 여사는 단재재전위원회가 있는 청주에는 연 2회씩 방문했으나, 대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이에 발맞춰 우리 중구도 옛 도청 뒷길에 독립운동가의 거리를 조성하고 홍보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구 중구가 조성한 김광석 거리와 이상화 고택은 도시재생의 대표 모델이 되고 있다. 대전도 이젠 거리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특히 옛 충남도청사는 과거 조선통감부가 있던 자리다. 이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에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민족역사의식을 고취할 공간을 조성하자는 것인데, 이 문제를 역사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 다소 안타깝다.

과거 신채호 생가를 발굴했던 옛생돌(옛터를 생각하고 돌아보는 모임) 단체에서도 도심에 독립운동가의 거리를 조성한다고 하니 적극 지지하고 있다. 중구의회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해 시에 사업심의를 신청한 만큼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그 사람의 위치에서 그 사람의 관점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여러 답이 나올 수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관점이 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는 온전한 피라미드 모양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그루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지만 그 숲에 있는 나무는 결코 자신이 만들고 있는 숲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숲이 짙을수록 그 숲속에 있는 사람의 시야는 더욱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전체 숲을 보기 위해서는 숲을 빠져 나와야 숲이 보인다. 역사를 잊어가는 민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됐지만 우리는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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