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담론(談論·discourse).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행위'가 사전적 정의다. 학문적으로 정의하자면 공통의 가정(假定)에서 대화, 말 또는 글로 이뤄지는 의사소통이다. 사실 담론은 최근 인문학 분야 등에서 회자하지만 적확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고 명확한 정의도 부족한 개념이다. 토론이나 논의 등과 구분되지 않은 채 구어이든 문어이든 쓰인다.

'Discourse'는 담론, 토론, 담화, 논설, 말하다 등 다양하게 해석된다. 우리는 'Discourse'를 학문적 용어로 사용할 때 담론으로 해석했다. 한자어 의미 때문으로 보인다. 담론의 '談'은 '말씀 언(言)’과 ‘불이 타오르다 염(炎)’으로 구성됐다. 불이 타오르는 곳은 화로다. ‘談’은 화롯가에 둘러앉아 불을 쬐며 이 얘기 저 얘기 두서없이 또는 결론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담론은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도,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의견, 생각, 판단, 주장을 개진하는 수준에 그친다.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여도, 그렇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야기 주제의 진위를 놓고 각자 주장을 펴 끝장을 보는 토론과는 다르다. 토론은 이야기를 통해 결론을 내리지만, 담론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대화 내용이 언론, 전문가, 서적 등에서 얻었건, 자신이 착상했건 중요하지 않다.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아는 것으로만 족하다. 어찌 보면 수다를 떠는 모양새 같지만, 중구난방은 아니다. 이야기의 범위가 사회적 맥락에 한정된다. 그렇다고 체계화된 이론이나 명제 아래 이뤄지지는 않는다.

언어학에서 비롯된 담론을 사회학적 관심사로 연결한 학자가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다. 그는 다양한 담론이 사회적 삶을 구성하는 틀(Framework:어떤 일을 판단하거나 결정하는 사고)'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 틀은 패러다임처럼 부지불식간에 사회화돼 의사소통 행위를 지배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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