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석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장

지난해부터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공익의 사전적 개념은 ‘공공의 이익’ 즉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말한다. 공익은 일반적으로 ‘불특정다수인의 이익이며 공공성을 띤 보편적 이익’이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농업부문의 공익적 가치는 1994년 UR협상에서 쌀수입 문제가 부각됐던 시절, 농업의 비교역적 가치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후반이후 OECD에서 이를 ‘다원적기능(Multi-Functionality)’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면서 확산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농업은 인류가 가정 먼저 시작한 산업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농업에 관한 정의 자체가 ‘토지를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동식물을 길러 생산물을 얻어내는 활동’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전의 ‘농업의 가치’는 농촌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농민의 소득등대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협의적 개념이었다. 다시 말하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식량안보의 달성과 이를 근거로 한 농민소득 보장을 지원하기 위한 목표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농촌의 환경과, 경관, 사회적·문화적 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농업부문에서 생산되는 식량을 먹거리로서의 1차적 기능과 식량 안보적 차원에서 증산이 최대의 정책적 목표였다. 사실 식량은 안보적 측면에서 볼 때 국가가 최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주요 정책 부문이다. 1846년 영국은 곡물 수입을 제한하는 곡물법을 폐지했던 적이 있다.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공산품을 수출하는 것이 무역거래상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 결과 밀 자급률은 19%까지 떨어졌고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독일이 영국의 바닷길을 막아버리자 극심한 식량난이 일어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농업은 생산 활동을 통해 부가적으로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창출한다. 식량안보 이외에 환경 및 경관보전,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인프라이며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문화 자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들은 누구나 제한 없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2011년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위에서 언급한 농업부문의 다양한 기능들의 환산 가치는 약 16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의 가치는 공익적 측면에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의 보상 없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만큼 공급되지 않는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물이나 공기와 비슷해서 누구나 매일 그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현실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업과 농촌이 위축되면 공익적 기능도 축소될 수 있어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농업은 농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삶과 관련되어진 국가 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스위스는 연방헌법 제104조에 독립적으로 농업조항을 두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활성화하고 생태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지불하는 방식으로 농가에 보상할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농업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보상 및 지원과 관련한 국가 책무를 헌법에 규정한 것이다.

농협 김병원 회장을 비롯한 범농업계에서 작년 연말에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시키자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실시한 결과 무려 1150만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 강화는 이제 농업인만을 위한 사항이 아니며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왜냐하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의 혜택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전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를 지나친 우리 사회가 도시화로 인한 교통과 주택난, 환경오염 등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농촌지역의 균형발전은 상당히 중요한 사항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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