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기부손길, 한국기부문화 나아갈 방향은
지난해 조사, 비기부자 39%, 기부 안하는 이유 ‘신뢰도’ 꼽아
모금가 임금 등 다른 목적 사용, 기부자 대부분 몰라… 개선 시급

글싣는 순서
<1> 모금윤리의 딜레마

② 비영리단체와 기부자 함께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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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기부문화에 대한 시민의식과 기대치는 높아지는 반면 비영리단체의 윤리의식과 조직 시스템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최근 본보가 보도(2018년 12월 28·31일자 보도)한 일부 NGO단체의 모금대행 관행 역시 후원금 유입 과정부터 배분까지 발생한 비윤리 행위의 대표 사례다. 이른바 ‘기부 포비아(Phobia)’를 대거 확산시킨 2017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부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설동물보호단체 케어(CARE)의 후원금 횡령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기부행위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이에 모금 윤리의 딜레마를 짚고, 한국 기부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본다.

시민들의 기부 문턱을 낮추기 위해선 비영리단체들의 비윤리적 모금행위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기부 전 과정에 대한 후원자의 알권리가 충족돼야 한다. 기부문화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18 기빙코리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기부자의 39.3%가 기부행위를 하지 않는 이유로 ‘기부단체의 신뢰도’를 꼽았다. 이는 2015년 조사 결과인 18.2%보다 21.1%p나 증가한 수치다.

기부 단체의 모금윤리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모금가의 임금 문제다. 현행법상 비영리단체는 사회복지 재무규칙에 따라 기탁금의 15% 이내를 행정비로 사용할 수 있다. 행정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모금가의 인건비는 모금 활동의 ‘양날의 검’이 된다.

기부자 대부분이 모아진 기금의 일부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고, 회계처리도 워낙 폐쇄적이라 모금윤리의 딜레마로 꼽힌다. 일부 단체들은 편법으로 대행업체 인건비를 지출하고,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해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기부자의 정보 수집 과정도 대표적인 윤리 문제로 지적된다. 텔레마케팅으로 걸려오는 기부단체의 후원 요청 전화의 경우 비영리 목적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수신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엑셀 프로그램을 통해 번호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전화번호를 추출하고 있으나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기부행위에 대한 반감을 조성한다.

연말연시마다 집으로 발송되는 후원회비 지로통지서 역시 세대주 이름과 주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이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과대 포장된 모금 홍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등 많은 NGO단체들이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모금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을 지나치게 포장한다면 이 또한 윤리적 딜레마가 될 수 있다. 모금 홍보에 있어서 ‘보여줄 것’과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을 구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국제모금전문가 비케이안은 “모금단체의 윤리의식 개선과 투명성 확보로 기부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여기서 말하는 투명성은 일회용 전시행정에 그치는 투명성이 아닌 모금 유입 과정부터 배분 이후 사후관리 체계까지 모든 절차에 대한 기부자의 알권리 충족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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