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단독범행후 배우자·처남 공범 만들려던 과정 밝혀져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내연관계에 있던 50대 한국인 기업가를 중국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거액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탈북민 남매가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탈북한 남편이 단독범행을 한 후 배우자와 처남에게도 범죄를 덮어 씌우려 했던 점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원용일)는 최근 강도치사와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모(50) 씨와 남동생 안(48) 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남편) 김 씨와 공모해 피해자의 금품을 강취하고 살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김 씨의 진술인데 주요 내용이 수차례 번복됐고 (김 씨가) 허위의 진술을 할 동기가 있다고 보인다”고 부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안 씨는 2008년경 아산의 한 기업체 대표이자 자산가인 A(56) 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 씨는 2010년 5월경 A 씨에게 “남편 모르게 중국으로 도망가서 같이 살자”고 했고, A 씨는 한 달쯤 뒤 “나는 딴 나라에 가서 살 것이다.

공장은 마음대로 처분하라”는 편지를 가족에게 남긴 뒤 1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챙겨 중국 흑룡강성 영안시로 향했다. 그러나 현지 거리에서 우연히 이들을 목격한 김 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들이 묵고 있던 아파트를 찾아가 A 씨를 살해했다.

이 부분은 범행 후 중국 공안에 자수한 김 씨가 현지 법원에서 진술한 내용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중국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김 씨가 2015년 2월경 국제수형자인도절차에 의해 국내로 이송된 이후 자신에 대한 재수사와 재심을 요구하며 안 씨 남매를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재판부는 “김 씨의 진술은 피고인들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자신의 책임이 감경되는 등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상황에서 한 진술로서 허위의 진술을 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살인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남매의 한이 2년여 만에 풀렸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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