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크랫칫 부인은 미리 소스냄비에 준비해 둔 그레이비 소스를 데웠다. 피터 도령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차게 감자를 으깼고 벨린다 양은 사과소스에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만들었다. (중략) 크랫칫 부인이 거위의 가슴을 푹 찔러 거위 뱃속을 채운 소가 앞으로 주르르 흘러내리자 모두가 기쁨에 차서 술렁거렸다. 밥은 거위가 이렇게 맛있게 요리된 것은 처음이라고 단언했다.'

찰스 디킨스의 단편 '크리스마스 캐럴'의 한 부분이다.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주인공의 고생담이 주를 이루는데 크리스마스 캐럴은 따뜻한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많아 기분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물론 스크루지라는 구두쇠 영감의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난 필자가 조지아 주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은 조지아공대 교수로 임용되면서부터다. 조지아의 애틀랜타에 터전을 잡고 아들과 딸도 자연스럽게 합류하면서 고향하면 자연스럽게 애틀랜타가 떠오른다. 필자부부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언제나 그곳에서 지낸다. 미국 남쪽에 있어선지 미국의 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

한국도 연말연시에는 가족 혹은 지인과 어울려 함께 밤을 새우고, 새해 첫날에는 덕담을 나눈다고 들었다. 미국의 연말연시는 크리스마스 덕분에 일찍 시작된다. 가족과 지인들의 선물을 사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굽고 파이나 푸딩을 만든다. 이때 반죽을 저으며 모두를 위한 소원을 빌면 꼭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밥을 먹는 것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먹는 특별한 음식에는 오랜 시간동안 우리의 조상들이 지켜온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은 하얀 가래떡을 칼로 정성껏 썰어 떡국을 끓여 먹는다. 긴 가래떡을 먹는 것으로 장수와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는 민스파이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의 떡국과 같은 의미다. 영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새해가 될 때까지 매일 한 개씩 민스파이를 먹어야 행운이 온다고 한다. 민스파이는 건과일, 각종 향신료, 다진 고기, 고기 지방으로 속을 채운 작은 파이다. 정식 명칭인 민스(mince) 미트(meat) 파이는 원래 다진 고기가 들어갔으나 요즘은 건과일이 듬뿍 들어간 달콤한 맛의 파이로 변했다. 그렇게 변한 사연도 특별한 역사가 있다. 350년 전 영국의 군주정치를 누르고 개신교(청교도) 지도자로 앞장섰던 올리버 크롬웰이 민스파이를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금지하였다. 시간이 흘러 민스파이를 다시 만들어 먹기 시작했지만 고기는 점점 줄고 과일을 주재료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미 떡국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고 한 살 더 먹으며 새해의 계획도 세웠을 것이다. 필자도 어렵게 재료를 구해 민스파이를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행복을 기원했다. 지면의 빌어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해본다.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 소망하는 일들을 다 이루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