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 으레 단체장이나 저명인들이 신년화두를 내놓는다. 사회 지도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한 해 동안 기관이나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를 엿볼 수 있어 관심 있게 살펴보는 편이다. 특히 기관장의 화두는 그대로 조직운영이나 사업방향을 가리키는 지표 구실을 하고 있어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김병우 교육감과 함께 하는 충북교육청의 신년화두는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고사(古事)에서 온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중국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온 것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학생들과 교사에게 교육적 가치를, 일반직원들에게는 교육행정을 펼쳐나가는 데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2015년의 신년화두는 연암 박지원이 남긴 법고창신(法古創新)이었다. '옛것을 본받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롭게 만들되 모범이 되게 한다'는 뜻이다. 교육이 본래 과거를 배워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지만, 급격하게 바꾸는 데만 진력할까 우려하는 보수적 시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계승과 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진보교육감의 답이었던 셈이다.

2016년은 후한서에서 가져온 요차불피(樂此不疲)가 화두였다. 밤낮으로 일만하는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자 광무제가 했다는 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지 않다'는 뜻이다. 현장의 교육자들에게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즐겨하면 지치지 않고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행정직원들에게는 '지시와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자율적 판단과 자발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문화'를 주문한 것이다.

2017년은 주역에서 이택상주(麗澤相注)를 찾았다. '두 개의 이웃한 연못이 맞닿아 넘치면 나누고 모자라면 채워준다'는 뜻이다. 합심, 협력함으로써 '함께 행복한 충북교육'이 더욱 윤택해지고 풍요롭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도 혼자 하는 공부를 넘어 벗과 함께 절차탁마하며 배움을 협력적으로 가꾸라는 당부도 곁들여진 것이다.

지난해는 송무백열(松茂栢悅)을 골랐다. 진나라 육기가 지은 '탄서부'에 나오는 말이다.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측백나무)가 기뻐한다'는 뜻이다. 벗이 잘되는 것을 함께 기뻐한다는 데서 공감의 미덕과 행복한 동반 성장을 향한 기대를 읽어냈다.

올해는 앵행도리(櫻杏桃梨)가 신년 사자성어다. 백거이의 춘풍(春風)이란 시에서 따왔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앵두, 살구, 복사, 배꽃이 차례로 핀다'는 뜻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피는 시기도 열매도 다른 데서 자기 성장의 원리에 따라 자라고 열매 맺는 교육생태관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각자의 성장 속도와 개성, 소질을 존중하는 교육과 행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년화두를 통해 충북교육을 돌이켜 보는 일은 즐겁다. 계승과 혁신, 자발성과 적극적 자세, 합심과 협력, 상호 공감과 존중, 개성과 다양성 등 교육적 가치를 다시 음미하는 일도 그렇지만, 그간 이룬 자발적 학교혁신과 행복교육지구 같은 교육협력 등 여러 변화와 성취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교육은 과거에서 미래로 날아가는 화살이다. 우리 삶 또한 그러하다. 교육을 통해 개인과 사회는 더 커지고 충실해진다. 올해 충북교육도 그렇게 꽃피고 열매 맺기를 바란다. 교육은 다만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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