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마트에서 판매하는 와인
와인은 다른 주류에 비해 이미지 구축이 약간 독특하다. 음주 매너에 있어서도 다소 까다로운 격식이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고 와인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또한 와인을 다른 술과 구분짓는 요인이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반인들에게는 접근하기 그리 수월하지 않은 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반면 애호가들에게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탐구 대상이 되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외인의 종주국이라는 프랑스에서는 주류 소비의 58%가 와인일 정도로 국민술이 되어 있고 나아가 술이라기 보다는 음료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높은데 이즈음 프랑스 농식품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정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요지는 와인은 알코올 의존을 일으키지 않는 특별한 술이라는 주장인데 담당업무의 특성상 와인 생산 독려와 홍보·판촉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겠지만 여파가 만만치 않다. 대번에 프랑스 국내·외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동료 각료인 보건장관의 반론은 물론 도처에서 와인병을 쥔 채 방황하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이 발언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와인이 다른 주류와 구별되는 몇가지 특성을 감안하고 특히 분위기를 조성해 대화를 촉진한다는 전통적인 미덕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와인은 알코올 12도에서 15도 또는 그 이상에 이르는 술이다. 우리나라 소주가 17도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과 비교해도 알코올 함량에 별반 차이가 없다. 프랑스 농식품부 장관이 "젊은이가 나이트클럽에서 와인을 마시고 만취해서 나가는 것을 본 일이 없다"는 발언 또한 설득력이 없어 공감을 얻기 어렵다. 나이트 클럽이 어디 만취를 목적으로 가는 장소던가.

이런 알코올 의존으로 인한 사회 문제는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음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 특히 청소년들의 일탈과 비행은 자못 심각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쉬운 주류 구입 시스템도 그렇고 사회적 인식이나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법원 판결에서의 '주취감경'이라는 개념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를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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