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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매스컴에서 들려오는 소식만으로는 그리 넉넉한 한해를 예감하기가 어려울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희망찬 새해를 꿈꾸며 한해를 설계한다. 필자도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고 싶다. 하지만 업무가 연말연시에 집중되다보니 아직 2019년을 꿈꿀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돌이켜보면 제가 근무하는 ‘사랑의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다른 사람들보다 한해를 먼저 시작한다. 집중모금캠페인이 지난해 11월 20일 시작됐는데 준비단계였던 10월부터 우리는 이미 ‘희망2019 나눔캠페인’이란 이름으로 2019년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희망2019 나눔캠페인’이 이달 말 종료되고 그 결과가 정리되면 3월의 봄과 함께 비로서 다시 2개월이 늦은 2019년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시작한 ‘희망2019 나눔캠페인’도 이제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시작 전부터 느껴지는 경기가 심상치 않아 모금회 설립 20년만에 처음으로 모금목표액도 전년도 실적으로 동결하는 등 조심스럽게 시작했건만 현실은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냉혹했다.

캠페인의 모금목표액을 정하고 달성율을 ‘사랑의 온도탑’의 나눔온도로 공표하는 저희 모금회는 이번 캠페인 기간동안 대전지역에서 59억 3500만원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42억 7300만원이 모아져 나눔온도는 72℃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나눔온도와도 9℃ 차이를 보이고 있으면 전국 평균 나눔온도가 91℃인 것을 보면 전국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어 캠페인 목표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번 겨울 대전의 나눔온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예년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은 기부자를 만나느라 분주했던 저희 임직원들의 모습과는 달리 나눔온도가 더디 오르는 이유중에 하나는 침체된 지역경제 여파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다른 도시처럼 대기업이나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부재한 대전의 경우 경기침체가 더욱 심각했던 것 같다.

이미 캠페인 시작전부터 지역의 많은 기업가들을 만났을 때에도 한목소리로 20년전 IMF시절을 회상할 만큼 어렵다고 했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는 연간 사회공헌 예산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연말 기부에는 큰 차질이 없어 보였지만 지역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것이 기부금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한편 경기의 어려움이 실적 저조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이밖에도 이맘때면 감초처럼 회자되는 일부 모금단체들의 불편한 사고들도 기부자의 마음을 닫게 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부가 줄어들면, 어려운 이웃들의 희망 마저도 줄어들게 된다. 모금회는 연말연시 모아지는 이웃돕기 성금이 년간 모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보니 이 시기 기부가 줄어들면 2019년 한해 우리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현장에서 꼭 필요로하는 배분사업으로 지원해야할 배분액이 그 만큼 줄어 들 수밖에 없다.

일반가정에서 긴축해 살림을 하는 것과 달리 어려운 이웃이 살림살이를 줄이는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도가 다르다. 그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정부의 지원금과 함께 기부금이 이분들의 아주 최소한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기에 저희 사랑의 열매 임직원 모두는 지금도 마음이 분주하다. 잠을 자는 순간마져도 꿈속에서까지 기부자를 만나는 꿈을 꾸는 일이 다반사이다.

긴박하게 달려왔던 ‘희망2019 나눔캠페인’도 이제 열흘남짓 남았다.

최근 수년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때가 없었을 만큼 150만 대전시민과 기업의 참여가 돋보였다. 그동안 이어왔던 나눔도시 대전의 명성처럼 어려울 때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 주신다면 지금은 비록 더디 오르는 나눔온도지만 곧 대전의 나눔온도도 100도 달성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곧 우리민족 고유의 설명절이다. 예로부터 명절때마다 함께 나누던 미풍양속이 이번 명절에도 실천돼 ‘사랑의 온도탑’의 나눔온도를 올리는 또 다른 불씨가 되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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