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수도권 지역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오전 출근길 시민이 한남대로 육교를 건너고 있다. 2019.1.15
    yatoya@yna.co.kr
▲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수도권 지역에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오전 출근길 시민이 한남대로 육교를 건너고 있다. 2019.1.15 yatoya@yna.co.kr
[김길원의 헬스노트] 10년전 中 논문에 기대는 '미세먼지 무력감'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의 미세먼지가 지난 주말부터 한반도를 덮쳤다. 언론은 연일 '사상 최악' 등의 표현을 써가며 미세먼지에 갇힌 한국의 모습을 전하기에 바빴지만, 그럴수록 기자는 무력감에 빠졌다.

사실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는 일은 최근 몇 년 새 이미 일상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같은 겨울에도 미세먼지가 급습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그사이 우리는 미세먼지에 대해 새로운 식견이나 대안이 얼마나 생겼을까.

이번에도 미세먼지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내용을 알아보고자 연구논문을 찾고, 여러 전문가를 접촉했다. 당국이나 전문가들이 내놓은 대책은 '외출을 삼가고, 외출 때에는 마스크를 쓰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미세먼지의 위해성이 밝혀지고 우리의 삶을 괴롭힌 지 한참이 됐건만, 그 대책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했다. 마스크를 쓰면 정말로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까. 실험적으로는 효능이 입증됐다지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질병 예방에 대한 효과가 나타났다면 좀 더 힘주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국내 보건당국이나 연구팀이 내놓은 연구결과가 있는지 찾아봤다. 아쉽게도 없었다.

이와 관련한 국제 임상 연구논문으로는 2012년에 영국과 중국 공동 연구팀이 중국 베이징에서 98명의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단 한 편만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이 연구가 실제로 시행된 건 2009년이었으니 무려 10년이 지난 '고전'인 셈이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고효율의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시킨 결과, 초미세먼지(PM 2.5)와 같은 오염 공기에 대한 노출을 줄여 관상동맥질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날 위험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평가했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지 2018년 12월호에 게재한 '미세먼지의 건강영향' 논문에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이 논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도 홍 교수는 "마스크를 썼을 경우 건강에 대한 영향이 실제로 저감되는지에 대한 실증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라고 전제했다. 임상연구 사례가 그만큼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세먼지가 덮치는 날이면, 정부에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으라는 추궁이 빗발친다. 이대로 미세먼지에 계속 노출되다가는 어떤 질병이 생길지 모른다는 미지의 두려움이 커지는 탓이다.

이럴 때마다 정부는 늘 거창한 것만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미세먼지가 중국발인지, 한국발인지를 밝히고, 각종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통해 근본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거시적인 노력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현실이 된 미세먼지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현명한지를 규명하고, 국민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다행히 미세먼지와 질병 발생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역학연구가 활발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마스크를 썼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질병 예방효과가 있는지, 물을 많이 마실 때와 적게 마실 때의 미세먼지 예방 효과는 어떤지, 가글이나 양치질은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증적인 연구를 서둘러야 할 때다.

흔히 보건당국이나 한국의 의과학자들은 중국에서 나온 논문에 큰 신뢰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재앙 수준의 미세먼지 사태에서 10년 전 중국서 수행된 임상결과를 인용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bio@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