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상명대학교 글로벌금융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과 기대수명 증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 2017년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7년 후면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후준비는 국가와 사회 구성원의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노후를 위한 준비 중 으뜸은 건강과 소득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연금학자로서 이번 칼럼의 기회를 빌려 노후소득을 위한 각종 연금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제도 발전을 위한 제안도 몇 가지 던져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간략하게 알아보자.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다양한 연금제도를 구비하고 있는데 각자 역할이 중복되지 않도록 마치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아놓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4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아래가 기초연금이며 그 위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순으로 놓여있다. 기초연금은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가입자의 보험료로 지급되는 다른 연금제도와 차별된다. 다만, 국민연금은 저소득 가입자의 연금의 일부를 고소득 가입자의 보험료로 충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기초연금과 더불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갖추고 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납입보험료와 그 운용수익률에 따라 결정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연금제도이며 사적연금으로 분류된다.

기초연금은 현재 단독가구 기준 월 20만 원으로 겨우 연명할 수준이며, 국민연금의 수준은 기본적인 생활 유지 정도다. 공적연금은 딱 기본적인 생활만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국가가 여러분의 노후소득까지 일절 책임져야 한다면, 공적연금의 역할을 대폭 늘려야 한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인상을 위해서는 세수를 대폭 늘리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려야 할 것이다. 이는 오로지 여러분의 부담이 된다. 물론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국채를 발행해서 일단 연금을 지급하고 그 빚은 나중에 자식 세대에서 갚으면 된다. 이 편리한 방법에 의존해서 공적연금으로 은퇴 이전 소득의 90% 내외를 보전해주는 나라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이지만 그 부작용은 거의 망국적이다.

결국 공적연금은 현세대와 후세대 사이에서 갈등을 야기하기 쉽다. 우리 노년세대나 노년을 목전에 둔 베이비붐 세대는 자식을 위한 경제적 희생이 컸던 만큼 자식 세대에 대한 요구가 큰데, 이것이 가정 안이 아닌 집단적 요구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노후소득보장이 가족이 아닌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면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굳이 이 이슈에서 내 자식을 우선하고 내가 양보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로 유권자의 분포를 보면 연금을 받거나 곧 받을 사람들이 젊은 세대보다 많다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개편안을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반려한 대통령 말씀의 숨은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래서 연금정치라는 말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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