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말엽 유방은 2만의 적은 병력을 가지고 진나라의 서울인 함양을 단번에 함락시키려고 무모한 공격 감행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가 이처럼 진나라 군사와 목숨을 걸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은 함양에 먼저 입성하는 자가 그곳의 지배자가 될 것임을 항우로부터 약속받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장량은 차분하게 진나라 병사들을 요격하여 대승을 거둔 다음 여세를 몰아 함양성 밖에서 진왕인 자영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조국인 한나라를 재흥시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유방과 결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장량의 생각으로는 항우보다는 유방이 천하를 잡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먼저 항우를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느낌을 눈치 챈 항우의 모사 범증은 유방을 불러들여 살해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것을 ‘흥분의 회담’이라고 한다.

유방은 항우의 부름을 받고 홍문에 불려가 지초지종을 설명한 후 절대로 배반하지 않고 항우의 신하가 되겠다고 언약을 한 후에야 항우의 의심은 조금 풀렸다. 그러나 항우의 모사 범증은 유방의 말을 믿지 않고 부하 장수에게 칼춤을 추게 한 후 적당한 기회에 유방을 살해하도록 했다.

이 때 유방의 신임을 받은 번쾌라는 장수가 갑자기 방패를 들고 나와 칼춤을 추고 있는 장수를 쓰러트리고 장막 안쪽으로 다가가 항우를 바라보았다. “너는 누구냐” 항우가 놀라서 소리를 쳤다. “저는 유방의 수장 번쾌라 하옵니다.” “장한 장수로다. 술을 한 대접 마시겠느냐?” 번쾌는 항우가 내린 술을 숨도 쉬지 않고 한 말(斗)의 술을 다 마신 후에 방패에다 고기를 썰어 칼끝으로 찍어서 먹었다. “굉장한 장수로구나! 한 잔 더 하겠느냐?” “어찌 마다하겠나이까. 내리시는 술을 독음을 마다 않고 마시겠나이다.”

‘말술도 마다하지 않고 마시는 것을 두주불사(斗酒不辭)’라고 한다.

진정한 술꾼은 시간과 장소 등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는 장수의 기개를 표현하던 말로 술이 센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항우는 결국 유방을 살려 주었다. 이때 범증이 한 말로 “애송이 하고는 무슨 일을 하지 못하겠구나”라고 했다. <국전서예초대작가·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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