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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쉰 즈음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9년 01월 11일 금요일 제23면     승인시간 : 2019년 01월 10일 18시 59분
류지봉 충북NGO센터장

논어 위정편에서 공자는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됐고,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

올해로 나이 쉰이 됐다.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아야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직도 마음은 이십대 파릇파릇 청춘인 것 같은데 어느덧 50년을 살아왔다. 대학시절엔 노래패 노래마을의 '나이 서른에 우린'이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을 따라 부르며 나이 서른이 오기는 하는 것일까 생각하고 살았는데 쉰의 나이라니 자다가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동네에서 할아버지라고 불렀던 어르신들의 나이가 쉰 줄이었던 것 같다. 파인 주름살, 무기력하게 보이던 축 쳐진 어깨, 유행을 따르지 못한 촌스런 행색이 어린 내가 바라보던 쉰 줄 동네 할아버지의 이미지다. 하지만 그 어르신들은 1920년대 일제시대에 태어나 청춘의 나이에 전쟁을 치루고 혹독한 가난의 시기를 살아온 분들이다. 살면서 크게 웃어본 적은 있었을까, 먹고 살기 위해 가진 힘을 다 쏟아 부어야 했기에 더 이상 낼 기운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가족을 위해 가진 것 모두 내어주고 나서 정작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그 처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요즘 쉰은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강하고 부지런해야 하는 나이다. 조기은퇴를 하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 가정의 가장이고 일터에서는 구성원을 책임지는 자리기 때문이다.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앞서가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처신을 잘 해야 한다. 소위 꼰대로 찍히게 되면 리더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게 된다. 꼰대들은 자신들이 굉장히 우월하며 누군가에게 자신과 같기를 바라며 강제로 관철시키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무시하고 훈계, 강요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자기의 경험을 진리라고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이 있더라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자기 자랑을 멈추지 않고,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무조건 가르치려고 하고, 쉽게 화를 내며,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자신이 꼰대인줄을 모르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주위에서 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이가 찾는 사람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여유로워지고, 더 지혜로워지고, 더 많이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나 늙어간다. 좋은 사람으로 늙어가는 것은 누구나의 바람이다. 하늘의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마음을 잘 다스려 덜하지도 더하지 않는 중용의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쉰 즈음은 노년을 향해가는 마지막 중년의 시기야말로 하늘의 이치를 알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때일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이 그렇듯이 그때의 모습도 쉰 줄을 하루하루 살아낸 시간이 만든 모습이지 않을까. '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사람은 침묵하고 있어도 한송이 꽃이 핀 듯 저절로 향기가 난다’ 화장실에 붙여 놓은 글귀가 가슴에 남아 있는 이유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문하고 있는 나의 해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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