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충청투데이 노진호 기자] 리얼미터의 이번 주 초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6.4%, 부정평가는 48.2%였다. 긍정평가는 전주 보다 0.5%포인트 올랐지만 말 그대로 '소폭 반등'에 불과했고, 벌써 2주째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많은 '데드크로스(Deadcross)’는 지난해 말 현실이 됐다.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오면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라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대표의 말은 좀 과하다고 하더라도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장미대선'에서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3280만 8377명(77.2%) 중 무려 1342만 3782명이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2위였던 홍준표 후보는 557만여표에 그쳤다. 41.08%의 득표율, 긍정평가 46.4%.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와 대선 득표율 사이의 간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 이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시민들만이 그의 국정수행에 만족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만족이 아닌 미련일지도 모른다. 41.08%, 이 숫자를 지지율의 '데드라인(Deadline)'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경제'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 대다수 생각인 것 같다. 올해는 현 정부의 집권 3년차로 문 대통령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다. 이제까지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그렸다면 앞으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이 확정된 후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증명하는 대회"라고 말했다. 그것은 대통령이라는 위치도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경제 위기'는 일상용어가 됐다. 보수기득권층의 정치공세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도 먹고살기 힘들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아직 문 대통령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동경제를 토대로 한 '혁신적 포용국가'를 건설한다는 큰 틀과 지금까지 보여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공감하고 지지한다.

사실 필자의 걱정은 다른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됐던 2017년 5월 9일 밤 광화문 광장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취임사에서는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소통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공직기강 해이와 민간사찰의혹, 신재민 사태 등을 지켜보며 무언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또 '친문'이 전진 배치된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를 보며 국정 장악력을 높여 정책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외부와의 성벽이 더 높아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비정규직 격차 해소 △최저임금 1만원 △검찰 개혁 △국정농단 청산 △한반도 비핵화 △청년·신혼부부 집 걱정 해결 △세월호 진상규명… 문 대통령의 공약들이다. 필자는 이 약속들이 지켜질 것이라 아니 적어도 그것에 대한 노력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이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한 발쯤 물러나서 점검은 해봤으면 좋겠다. 잘 왔는지 잘 갈 수 있는지….

"무릇 올바른 치도(治道)란, 세력을 존중하는데 있지 아니하옵고 천하의 기미(機微)를 명찰하는 데 있다고 생각되옵니다. 천하의 기미에 통하지 못하면 그 세력이 제아무리 막강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승리에 불과합니다. 대왕께서는 군세를 너무 과신하지 마시고, 천하의 기미를 명철하게 살리도록 하시옵소서." - 초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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