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대전·충남북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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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 명품교육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학력신장이 뒷받침 안되는 추상적 혁신교육', '교사 자질 의구심'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세종 교육현장이 ‘맹모세종지교’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하고 있다. 세종시가 출범한 지 7년이 지난 현시점, 맹모들 사이에선 ‘특목고를 보내지 못할 바에는 대전이나 청주로 유턴을 하는 게 옳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세종 명품교육’이라는 대명사는 부동산 시장이 빚어낸 허울 뿐인 단어였을지도. 세종 교육현장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세종시 공공기관 간부 A씨는 새해부터 출근길이 험난해졌다. 직장과 도보로 10분 거리였던 공동주택을 처분하고 천안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지난해 중학교 3학년이었던 자녀는 반에서 1, 2등을 다퉜고 명문대 입성도 기대했다. 하지만 교육열이 높은 아이 엄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세종 교사들이 아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선 세종을 떠나는 게 현명한 결정”이라고 푸념을 이어갔다. 아이도 부정하지 않고 천안행을 택했다.

세종살이를 결심한 학부모의 가장 큰 원인은 '새 아파트'의 매리트도 있지만, 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 하지만 최근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돌아서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인구이동 현황을 보면 세종시에서 대전으로 주소지를 옮긴 세대는 2018년 9월 365명, 10월 541명, 11월 520명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충남으로도 3개월간 926명, 충북은 705명이 유턴했다.

물론 세종을 떠나는 주된 이유가 ‘자녀 교육’ 문제만은 아니다. 전세가 상승으로 재계약 부담감, 정주여건 미비, 고물가, 직장 이전 등의 이유가 넘쳐난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교육의 질 저하가 부각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좋은 대학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아직 대한민국 학부모들은 학력신장을 교육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며 "학부모들 사이에선 세종 교사들의 학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번진다”고 전했다.

세종시는 신도심 특성상 신규 교사들이 많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타시도 전입 교원을 받고 있지만 아직 미비한 실정. 2017년도 신규교사는 총 540명, 타 시·도 전입교사는 295명이다. 문제는 일부 신규 교사들의 자질에 의구심이 따라 붙는다. 몇몇 교사는 새학기 초 업무분담에 대한 불만으로 쪼개기 육아휴직을 일삼고 있다. 공동주택 특별공급권 배정을 위해 읍면지역 배치를 꺼리는 행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정 교원단체 교사들이 주도하는 교육방식에 대한 불만도 높다. 세종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정규수업 과정에서 교사들의 주관적인 사상을 알리는 부교재 활용의 빈도가 높은 것은 문제”라며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민중가요(?)로 들리는 노래를 흥얼대는데 수업시간에 교사로부터 배웠다는 소리를 듣고 놀란 적도 있다”고 전했다. 부교재 자율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특정 종교까지 강요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학력신장을 이끄는 배테랑 교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진학률은 바닥이다. 서울대 2019학년도 수시 모집 선발 결과 세종시 총 5개교에서 35명의 합격자가 배출됐다. 35명 중 31명이 특목고 중심이며 일반고는 1명이다. 전년도 41명에서도 감소했다. 고려대(62명)와 연세대(60명) 진학자도 지난해 67명, 64명에서 각각 낮아졌다.

학력신장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강행되는 ‘혁신교육’은 빛 바랜 교육정책으로 머물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혁신학교 및 캠퍼스형 공동교육 과정 등의 혁신정책은 내용으로만 보면 명품교육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교육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있어서 학력신장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혁신교육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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