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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만의 총파업을 단행한 8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의 한 국민은행 영업점에는 10개 창구 가운데 4곳이 비어있었다. 안내문 뒤로 빈 창구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인희 기자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상담 부재중이라는 안내판과 다른 영업점을 이용해 달라는 문구가 붙어있는데 전세대출 상담이 어려운가요?”

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만의 총파업을 단행한 8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의 한 국민은행 영업점에는 정상영업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10개 창구 가운데 4곳이 비어있었다. 대기고객의 순번을 알리기 위한 LCD패널에는 ‘부재중’ 문구만이 적혀 있었다. 이 영업점의 관계자는 “아직 고객이 몰리기 전인 시간대라 한산한 탓도 있지만 노조 총파업 소식 때문에 평소보다도 내방객이 적은 편”이라며 “아직까지는 큰 차질 없이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은행 지역 영업점들은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지역 전 점포가 파업과 관계없이 정상영업을 함은 물론 상업지구를 중심으로 거점점포 운영에 들어가면서 총파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은 없을 것이란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대전지역 거점점포 10곳 가운데 한 곳인 서구 탄방역점의 경우 ‘정상영업’ 공지를 내걸고 내방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탄방역점을 기준으로 거점점포가 다수 포진해 있고 본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의 업무 지원으로 총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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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가 19년만의 총파업을 단행한 8일 대전지역의 거점점포 10곳을 제외한 일부 영업점에서는 대출상담 불가 등으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심심치않게 발생했다. 이인희 기자
서구 둔산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A(50) 씨는 “파업 소식에 은행이 붐빌까 걱정했지만 평소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고 전날 매상 입금 업무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거점점포가 위치한 상업지구에서 벗어나면 사정은 달라졌다. 거점점포가 아닌 지역의 일부 영업점에서는 대출상담 등을 받으려던 고객들이 헛걸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었다.

유성구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자율 참여로 진행되다 보니 영업점마다 직원 출근규모가 모두 다르다”며 “사실상 상담업무 정상 운영이 불가한 탓에 파업일을 제외한 다른 영업일에 방문할 것을 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영업점에서는 이날 오전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내방한 고객을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영업점에서는 내방객에게 인근의 거점점포 방문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업에 따른 크고 작은 혼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은 이번 경고성 파업 이후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2차 파업 실시를 계획하고 있다. 설 명절 기간에도 집단휴가를 계획하고 오는 3월 말까지 총 5차례의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단계적 파업 계획에 따라 지역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경우 업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파업이 고객 불편을 담보로 한 무리한 파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기상 월초인 탓에 이용자가 적었던 점과 경고성 총파업이었다는 점에서 파업 참여 규모도 예상과는 달리 소규모에 그쳤지만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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