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살해한 뒤 도주하던 중 또 다시 노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손모(31)씨는 지난달 28일 밤 서천군에서 홀로 사는 아버지(66)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버지의 지인이 아버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됐고, 유력한 용의자인 아들은 부산에서 검거됐다. 아버지를 살해하고도 모자라 또 다시 노부부 2명을 연쇄 살인하는 등 엽기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전형적인 패륜범죄 유형이다. 경찰 수사 결과 아버지는 당일 '인천에 사는 아들이 온다'면서 들떠 있었다고 한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그리움이 단숨에 읽힌다. 그런 아버지이었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아들의 손에 무참히 죽임을 당했을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들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우발적인 범행으로는 보기 어렵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아래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범죄 수법으로 보아 가족 간의 화기애애한 상호 이해 및 교류, 애정 따위는 아예 들어설 공간이 없었던 듯하다. 손 씨는 어릴 적 부모 이혼으로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다 중학교 때 어머니한테서 자랐다고 한다. 정확한 범행동기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피의자와 가족 그리고 주변인 등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7월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아버지 살해 후 도피하면서 인천에서 또 다시 노부부를 살해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손씨는 "돈 때문에 노부부를 살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다른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 명쾌하게 밝혀내야 한다.

가족해체 현상 앞에서 속수무책인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속절없이 매 맞고 학대받는가 하면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막가는 사회'다. 돈 몇 푼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이웃을 죽이는 '황금만능사회', '인명경시사회'다.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우리 가정과 사회의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라도 가정, 학교, 사회가 각각 역할을 분담, 개인의 인성교육과 공동체적인 삶의 덕목을 널리 확산시키는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