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투데이기고] 이청득심(以聽得心)-경청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다

충청투데이 cctoday@cctoday.co.kr 2019년 01월 08일 화요일 제22면     승인시간 : 2019년 01월 07일 18시 06분
송필룡 농협대전공판장 사장

사람이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두 개인 이유는 말은 적게 하고 듣는 것은 두 배로 잘 들으라는 이유 때문이다. 입보다 귀가 위쪽에 있는 이유는 내 말보다 남의 말을 더 존중하고 들으라는 이유이고, 눈과 입은 닫을 수 있지만 귀는 닫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은 보는 것과 말하는 것은 꼭 필요할 때만 하고 귀는 항상 열어놓고 들으라는 이유에서다. 또 혀가 이(성벽)와 입술(성문), 이중으로 둘러 싸여 있는 이유도 혀는 갈등과 분열의 원인 될 수 있으므로 진실 되고 필요한 것만 신중하게 생각해서 말하라는 의미에서다. 이는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서로 소통을 잘해서 상호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기업주들의 갑질 행태, 최저임금 문제, 전직 공무원의 폭로사태 등 대부분의 사건들이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나타나는 갈등현상이라고 본다. '말하고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듣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듣는 일, 즉 경청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 소통의 기본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듣는 것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나의 주장으로 설득하려 하고 설득이 안 되면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갈등을 부추기곤 한다.

우리 선조들 중에 가장 소통을 잘하여 '경청의 대가'라고 칭송받은 사람은 바로 세종대왕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왕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세종대왕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신하와 시대적 배경이 뒷받침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결정하기 전에 신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으며, 백성들 의견 또한 다방면으로 수렴하였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최초로 국민투표를 실시할 정도로 소통과 경청에 많은 할애를 하였는데, 현재에도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이 유명한 국민투표 일화를 소개해 본다.

세종 12년(1430년) 계속된 가뭄으로 백성들의 삶이 궁핍해지자 조제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는데, 백성들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세종대왕은 백성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고, 전국 각지에 300여 명의 관료를 파견해 5개월 동안 찬반 여론을 직접 수렴하게 하였다. 당시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나 되는 17만 2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는데, 찬성이 57% 나왔지만 지역적으로 찬반 비율 편차가 너무 심하여 당장 시행하지는 않았다. 세종대왕은 43%나 되는 반대자들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들의 의견을 참고로 오랜 기간 수정 보완, 조사 14년 후에나 ‘공법’제도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왕정시대에 이렇게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민의를 수렴하고, 조정 대신들과 끊임없이 논의했다는 사실이 현세를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농협대전공판장은 오정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밤 12시부터 새벽을 깨우는 경매사의 경쾌한 호창 소리를 시작으로 농산물 판매를 시작한다. 경매사는 산지 출하자(농업인)를 대변하고, 중도매인은 소비자를 대변하여 농산물을 유통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출하자는 농산물 판매가격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일부 중도매인(혹은 소비자)은 속박이 등을 이유로 불만을 제기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공판장에서 중재하거나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지만, 간혹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여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 농협공판장에서는 출하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중재하지만 상호간 소통이 잘 안 될 경우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기도 한다.

최근 농협은 농업인과의 의사소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임직원 이념교육을 1만명 이상이 수료했는데, 이들은 근무처로 복귀하여 농심(農心)을 전파하며 '나비효과'를 발휘한다. 모든 사업을 추진할 때 농업인과 농가소득을 먼저 생각하고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곳에 항상 농협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등 함께하는 모습으로 다양하게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과 '농산물 제값받기'를 위해 농업인들과 출하약정을 맺고, 적정 가격을 보장하여 안정적인 생산에 주력할 수 있도록 했다다. 또 과잉출하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해 시장격리를 통한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기도 하고, 농가수취가격 제고를 위해 정가수의매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농업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여러 문제를 함께 공감하고 해결하는 계기를 많이 만들고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나에게는 듣고 말하는 것은 호흡과 같은 삶이다. 수시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때도 있다. 올 한해는 단순한 사실, 즉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가슴에 새기고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 2019년 기해(己亥)년은 행운과 다산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모든 사람들이 뜻대로 이루어지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http://www.cc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