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화: 윤종필
동서양을 통하여 문인(文人) 이름이 음식에 붙는 경우는 드물다. 굳이 찾아 본다면 프랑스 소설가이자 정치가인 르네 샤토브리앙이 좋아했던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를 꼽을 수 있다. 소 한 마리에서 약 400g정도 나온다는 안심 부위를 구운 이 음식은 샤토브리앙이 즐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사례이므로 사실 직접적인 연관성이나 스토리텔링의 강도는 다소 약해 보인다.

동양에서는 단연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에서 연유한 동파육(東坡肉)이 그 자리를 자치한다.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 모두 뛰어난 문장가여서 부자 세 명이 함께 당송8대가에 속하는 드문 영예를 누리는 시인의 이름이 붙여진 요리이다.

시인, 서예가, 화가, 학자 그리고 요리전문가라는 독특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정통했던 소동파는 그때까지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돼지고기를 조리해 먹도록 백성들에게 권유하는 시를 써서 지금까지 동파육과 연계되어 전해진다.

"황저우의 맛있는 돼지고기, 값은 매우 저렴하지만/ 부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가난한 이들은 요리할 줄 모르네/ 물을 적게 붓고 돼지고기를 약한 불로 삶으니 그 맛이 일품이라/ 아침마다 한 그릇씩 먹으니 그 누가 이 맛을 알까" (소동파, 식저육시(食猪肉詩))

각종 향신료를 넣고 은근한 불로 익히는 오겹살찜 요리, 살코기와 비계가 어우러져 씹히는 맛이 오묘하다지만 지금까지 몇 번 먹는 동안 옆 자리 지인들 모두 호평을 하지 않았던 기억에 비추어 우리 입맛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개해가 지나고 돼지해가 밝았다. 돼지가 불결하며 많이 먹고 지능이 낮다는 오랜 고정관념은 여러 연구에 의하여 수정되고 있다. 가장 친근한 가축임에도 온당치 못한 이런저런 대접을 받아온 돼지가 황금돼지 해를 맞아 제대로 진가를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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