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진료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상담을 하던 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사망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의 현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병원 내 폭력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음에도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을 '예고된 비극, 의사 피살사건'으로 규정했다. 의료 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피살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 남는다. 병원 내 폭력행위가 갈수록 증가하는 등 도를 넘어섰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의료진 폭행·협박현황을 보면 2016년 578건에서 2017년 893건, 2018년 상반기 582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료계 폭력을 막을 관련법 제정은 더디기만 하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공간인 병원 내에서의 폭력은 중대범죄 행위다. 그런 까닭에 진료실은 어느 곳보다 안전이 최우선으로 담보돼야 한다. 언제 발생하지 모르는 위협을 느끼며 의사가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주취자가 의료진을 폭행하거나, 폭력배들이 진료실에 들어와 난동을 벌이는 일이 이제는 예삿일이 되어버린 듯하다. 심지어 분초를 다투는 119 구호차 내에서도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응급실 내 폭력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으나 예방책으로는 미흡하다. 게다가 병원 내 폭력행위가 응급실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원의 안전을 강화하는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안전한 진료환경이 조성돼야 국민들도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조울증환자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울증 환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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