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기-희망·난관 공존하는 2019년] 허정 이상엽
己亥…음토가 물위에 떠 있는 형국
경기침체, 겨울 접어들면 회복세로
천명을 아는 이는 ‘일신월성’할 것

[충청투데이]"지혜가 있어도 기세를 이용하는 것만 못하고 좋은 농기구가 있어도 때를 기다리는 것보다 못하다(雖有知慧, 不如乘勢, 雖有?基, 不如待時)." 인간의 지혜와 노력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구분해 준 맹자(孟子)의 말씀은 요즘도 삶의 지혜로 곧잘 인용된다.

그 때(時)의 형세를 얻으면 성공하고 잃으면 실패한다. 예나 지금이나 시간에 의해 형성되는 기세(氣勢)는 사람은 물론 대자연의 변화를 주관한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그 때(時)를 얻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려왔다. 그 사람의 출생 연월일시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예측하는 사주팔자도 그 중에 하나인 건 분명하다. 첨단 과학시대를 맞아 "미신이다", "자연철학이다" 이견이 분분한 사주팔자지만, 다시 복사해서 살고 싶은 삶,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방편임을 고려하면 사주팔자로 한해의 길흉을 점쳐보는 것은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아름다운 문화로 볼 수 있다.

2019 기해(己亥)년은 돼지띠 해다. 기(己)는 황색으로 암컷(陰), 해(亥)는 돼지를 상징하기 때문에 황금 암 돼지띠 해라고 표현해도 된다. 이렇게 12동물로 상징되는 매년의 띠는 천문학에서 비롯됐다. 간지(干支)로 표기되는 기해(己亥)는 5운6기(五運六氣)의 부호이지만, 12동물로 상징되는 돼지띠는 별의 모습에서 본떴다. 달력을 만들 때, 목성(歲星)이 돼지(猪) 같은 별과 등에 털이 있는 호저(豪猪) 같은 별을 경유하는 해를 돼지띠로 명명했고 그런 해가 2019 기해년이다.

기해(己亥)는 약한 음토(己)가 바닷물 같이 많은 물(亥)위에 떠 있는 형국이 된다. 양기는 줄어들고 음기는 강해져 음기가 양기를 지배하는 해가 된다. 그리고 기해(己亥)는 이괘(離卦)의 납음이 된다. 그래서 밝음(明入地中)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지화명이(地火明夷)괘가 된다. 양기가 음기에게 밀려 땅속으로 숨는 해가 바로 기해년이다.

지혜와 덕을 갖춘 사람은 음지를 만나는 해가 된다는 뜻이다. 태양이 먹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형상(日入雲中)이 된다. 음기가 상승하는 암흑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봄에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여름부터는 매우 많은 난관이 닥칠 전망이다. 때문에 지혜와 덕을 겸비했어도 기회를 엿보지 않고 서두르면 낭패 본다. 끈기와 인내심으로 무장하면 좋은 결실을 보게 된다. 대체로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이 많아 몸과 마음이 고단한(無得有失心身多困) 해"가 바로 기해년이다.

음기가 득세하는 2019 기해(己亥)년 시작은 언제일까? 어떤 사람은 입춘, 어떤 사람은 동지라고 주장하지만, 입춘 기준은 천문학적인 근거가 없고, 동지 기준은 천문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동지부터 기해년 돼지띠 해가 된다고 단정할 수 있다. 2018년 양력 12월 22일 6시 54분 동지(冬至)부터 2019 기해(己亥)년 돼지띠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술년에서 이어진 이런 저런 어려운 사정은 불안 심리를 증가시켜 양보와 타협으로 이어지지만, 노동자 농민은 물론 영세 상인들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무술(戊戌)년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이른 봄에는 지난해와 비슷하겠으나, 여름에는 자연재해, 가을에는 경기침체의 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깊어지고 겨울에 접어들면 조금이나마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돼지띠 해에 발생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봐도 2019 돼지띠 해 역시 녹녹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899년 돼지띠(己亥) 해에는 서울 전차와 경인철도가 개통됐고, 1959년 돼지띠(己亥) 해에는 사라호 태풍 피해가 있었다. 1863년 돼지띠(癸亥) 해에는 철종(哲宗)이 승하했고, 1911년 돼지띠(辛亥) 해에는 압록강 철교가 개통됐고, 1947년 돼지띠(丁亥) 해에는 좌우익이 충돌했으며, 1983 돼지띠(癸亥) 해에는 소련 전투기가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했고, 1995년 돼지띠(乙亥) 해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모든 일은 나뉘어져 이미 정해져있는데 세인은 공연히 스스로 바빠한다"라는 ‘명심보감’의 내용과 "빈천을 원망하는 사람은 때(時)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한 열자(列子)의 말씀을 고려하면 기해년 천명을 아는 사람은 어려운 조건을 무난히 극복하고 일신월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력= 허정 이상엽은 명허(明虛) 선사로부터 ‘주역’, ‘역법’, 풍수지리학을 수학했고, 저서로는 ‘명리정의’, ‘운명학 감추어진 진실을 말한다’, ‘역법의 역사와 역리학의 바른 이해’가 있고, 현재 둔산동에서 역리학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1월부터 대전시민대학에서 생활풍수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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