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내가 아니라 내 아들이 바로 여기까지 올라가게 만들겠다고. 아빠가 못할 것 같아? 이미 아빠가 기반을 다 닦아놨잖아. 네가 조금만 힘을 내면 꼭대기까지 순탄하게 올라갈 수 있어. 우리 아들, 할 수 있지?"

아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수학 문제를 풀지 못하자 아버지는 아들을 피라미드 모형 앞에 무릎 꿇린 뒤 이렇게 속삭인다. 그의 손끝은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가리키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이 광경은 다행히 실제가 아니라 드라마 'SKY 캐슬'의 한 장면이다. 도시 괴담처럼 떠돌던 상류층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드라마에서 은행은 VVIP 고객들에게 입시 전문가를 비밀리에 연결해주고, 수험생 부모는 입학 사정관 출신 입시 코디네이터에게 금괴를 갖다 바치거나 무릎을 꿇기도 한다.

필자가 'SKY 캐슬'을 보며 느낀 것은 등장인물 대부분 소확행(小確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꿈꾸던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는 것, 결혼을 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한 행복이다. 다만 그것만이 행복이라면 인생 대부분이 행복을 위해 달리는 시간, 애쓰는 시간으로 소비되고 만다. 또한 목표가 이뤄졌다 해도 또 다른 목표가 기다리고 있기에 항상 부족하다. 설상가상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그동안의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소확행(小確幸)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일상적으로 자주 느낄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러한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시대의 도래가 반갑다. 무엇보다도 과거 산업화 시대를 산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던 획일화된 행복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소확행(小確幸)은 행복의 기준을 사회가 아닌 개개인이 정하라고 권한다. 나의 소확행(小確幸)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렵지 않게 몇 가지가 떠올랐다. 우선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 음악 어플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음악을 만나게 되면 우연히 길에서 보물을 주운 듯 마음은 엄청난 부자가 된다. 새로 나온 책 가운데 몇 권을 골라 서점에 있는 의자에 앉아 여유 있게 책을 보는 시간도 행복감을 준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도 나에게는 중요한 소확행(小確幸)이다.

이런 시간은 삶이 던지는 예기치 못한 커브볼을 맞고도 담담히 버틸 수 있는 큰 힘을 준다. 괴테가 그랬던가? 신선한 공기와 빛나는 태양, 친구들의 사랑만 있다면 삶을 낙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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