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석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해년(己亥年)의 새해가 밝았다. 신년에는 황금돼지띠처럼 풍요롭고 꿈이 이뤄지는 새해가 되길 우리 모두가 소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전국 대학교수가 사자성어로 선정한 임중도원(任重道遠)은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으로 올해도 여전히 적용될 것 같다. 그 중 복지분야에서 최대 화두가 될 국민연금개혁도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이와 무관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세대 내 소득재분배’ 기능과 ‘세대 간 소득재분배’ 기능을 동시에 포함한다. 이러한 소득재분배를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노후에 안정적으로 지급될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믿음은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힘이 될 것이다. 지난달 14일 발표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노력들이 반영돼 있다. 과거에는 정부, 국회 및 전문가 중심으로 제도개혁이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하지만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 수립 방식에 있어서는 그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들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 도입 이후 최초로 16개 시도별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고 17회에 걸친 주요 대상별 간담회, 온라인 의견 수렴 및 가입자·수급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설문을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해 반영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안정적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선진국들도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고 이를 제도개선 방안에 반영토록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이라는 기간을 거친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해 수급연령 상향조정 등을 포함한 연금개혁을 달성했다. 일본 역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의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연금재정 안정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 등을 포함한 연금개혁을 달성했다.

국민연금개혁은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화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러한 개혁안과 관련해 과거 단일안을 제시한 방식과 달리 정부가 현행유지방안, 기초연금강화방안, 노후소득보장강화방안 등의 복수안을 제시함에 따라 국민들이 이해하기에 다소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과 경제적 부담에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므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가 정책목표로 제시한 공적연금을 통한 최저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하는 것은 일부 국민들의 의견만 반영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구나 현재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연금개혁 특위가 설치돼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단일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논의와 선택의 범위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 국민연금개혁은 가입자와 수급자, 그리고 현 세대와 미래세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정해 사회적 논의와 합의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국민들이 요구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과거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언급한 집사광익(集思廣益), 즉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을 국민연금 개혁과정에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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