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용덕 감독 인터뷰 “한 두해 가을야구 하고 암흑기 겪는 팀 안 만들것”
스스로 놀랄 정도의 기대이상 성적, 코칭스태프·프런트 혼연일체 효과, 선발진·얇은 선수층 약점 보완할것
공백 생길시 젊은 선수들이 1순위, 팬 기대치 높지만… 도전정신 유지
▲ 지난해 4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한화 한용덕 감독이 미소짓는 모습.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나는 행복합니다~”를 외치며 낙관주의와 현실의 괴리에서 행복의 찬가를 부른 지 자그마치 10년. 그리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11년만의 가을야구. 기대치가 없는 상태에서 찾아온 포스트시즌은 한화이글스 팬들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긴 시간을 지켜봐온 ‘보살팬’과 지역민들에게 2018년은 누구보다 황홀했던 한해였던 것이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하다. 구단 최다 관중 신기록, 20회 최다 매진 흥행이 이를 반증한다. 2018시즌 돌풍의 중심에 있는 새 사령탑 한용덕 감독도 ‘놀라웠던 한 해’로 평가했다. 초보 감독으로서 지난 1년을 되짚어보며 도박성 승부수보다 기복 없는 강팀으로서 갈 길이 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높아진 기대치를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인다는 한 감독은 팀과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도 덤덤히 설명했다. 2019시즌 팬들과 지역민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누구보다 고민이 깊을 한 감독의 생각을 들어봤다.


-가을야구와 종합 3위, 감독으로서 첫해를 평가한다면

“감독으로서 첫 해는 정말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어 나 스스로도 놀라웠던 한 해였다. 밖에서 본 한화이글스는 분명 까다로웠던 팀이었지만 뭔가 선수들이 주눅들어있고, 활기찬 느낌이 나지는 않았던 팀이었다. 그래서 감독직을 맡고 가장 먼저 한 것이 패배의식을 지우고 자신감을 불어넣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사실 지난해를 '도전'의 한 해로 보내려고 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이건 나 혼자의 힘이나, 나만의 영향력이 아니라 모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프런트 모두가 혼연일체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던 감독이었다고 생각한다.”

-2018시즌 가장 기억에 남은 선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있다면

“모든 팬들도 인정하시겠지만 올해 단 한명의 선수를 꼽는건 그 누구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질문이 오면 매번 누굴 꼽을까 반문하는데 쉽게 대답하시는 분들이 없다.(웃음) 그만큼 모든 선수들이 정말 대단한 한 시즌을 보내줬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 역시 30개가 넘는다. 우리가 지난해 역전승을 많이 하지 않았나. 끝내기 홈런, 끝내기 안타가 터지던 그 순간들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원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요즘도 TV에서 우리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끝내기 순간마다 내가 너무 좋아하더라.(웃음)”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부담으로 작용되진 않는지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사실 우리가 지난 시즌 3위를 하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도 우리 팀을 현실적으로 분석할 때 분명히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시즌 초만해도 야구 전문가들이나 우리 팬여러분 모두가 우리를 꼴찌후보나 약체로 꼽지 않으셨나. 그런데 시즌을 치러나갈수록 그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웃음) 그래도 그런 부담을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시 이번 시즌을 준비하겠다.”
▲ 한화 한용덕 감독이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 구상을 밝히는 모습. 한화이글스 제공

-2019시즌 한화이글스가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2018년이 도전의 한 해였다면 2019년은 새로운 도전이다. 지난해의 약점을 보완하고, 우리의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 이번 시즌의 과제다. 우선 지난해 우리는 국내 선발투수진이 약해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또 약했던 수비를 보완하는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하다보니 타격에서도 다소 힘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2019시즌에는 국내 선발진을 다져나가고, 공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 팬들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고, 베테랑 선수들의 부활로 팀이 더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화이글스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우리 한화이글스에 대한 과거 이미지는 보통 느림보팀, 수비가 약한 팀, 역전패가 많은 팀으로 기억됐다. 그러나 지난 시즌 호잉을 비롯한 발이 빠른 선수들부터 정말 도루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선수들도 열심히 뛰었다.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 노력이 결실로 이어져 많은 승리를 가져왔다. 또 중간계투가 단단해지면서 경기 후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며 많은 역전승을 따냈다. 수비도 많이 견고해졌다. 어이없는 실책이 크게 줄었다는 건 한화이글스 팬들이라면 다 인정해주실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경기 후반에 쉽게 무너지는 팀에서 지금은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변했다. 이런 부분이 달라진 것은 결국 선수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1년 운영하면서 파악된 약점은 어떻게 보강해 나갈 것인지

“우리 팀의 선수층이 두터운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 처방이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약점이 확실한 만큼 그 부분에 더 확실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국내 선발진이 자리를 잡아야하는데 현재로서는 젊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 좋은 구위를 가진 선수들에게 경험이 더해지면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또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수비와 주루는 더욱 보강하고, 타격까지 더해져서 팀의 공수 밸런스가 탄탄하게 잡힌 팀이 돼야 기복 없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착실히 준비하겠다.”

-2군 젊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겠다 했는데 구체적인 육성계획이 있다면

“많은 프로야구 팀들이 신인은 시즌 개막 라인업 기용은 고려하지 않는다. 2군에서 뛰다가 가능성을 보이면 1군에 등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팀은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팀이다. 주전급들의 공백이 발생하면 팀이 크게 기울었던 팀이다. 그래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제가 생각하는 리빌딩은 무리하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름값으로 주전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베테랑들의 부상이나 기량저하에 따른 공백이 나면 그 자리에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도록 하고자 했다. 베스트라인업을 갖추고, 그 백업 선수들이 주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우리 한화이글스의 중장기적 목표다.”

-먼 훗날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은지

“사실 이 부분은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프로야구 감독은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자리 아닌가.(웃음) 그래도 지금 생각을 해본다면 한화이글스가 다시 강팀이 되는 데 어느정도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감독이 되고 싶다. 나는 '한화맨'이다. 선수, 코치, 프런트, 감독까지 모두 한화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했다. 그 고마움을 누구보다 크게 느끼고 있다. 혹시 감독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야구장에 들러 팬들과 함께 웃으면서 우리 한화이글스를 응원할 수 있게 되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2019시즌을 전망한다면

“냉정하게 팀을 면면히 분석해보면 올해도 쉽지 않은 한 시즌이 될 것이다. 팬들의 기대치도 굉장히 높아져서 자칫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웃음) 그래도 우리는 또 도전할 것이다. 한두해 가을야구를 가고, 우승을 했다가 또다시 암흑기를 겪는 그런 팀이 아니라 매년 어느정도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는 강팀이 되려면 단기간의 성적보다는 중장기적 목표로 기틀을 닦아야 한다. 우리 팬 여러분도 그런 점을 아주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선수단, 프런트, 팬들까지 한 마음이 돼 함께 간다면 지난 시즌과 같은 성과가 또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팬들에게 한말씀

“우리 한화이글스 팬들은 언제 어디서나 최고다. 전국 어느 야구장을 가나 최고의 응원으로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팬들께 언제나 감사드린다. 지난 한 해 반짝하고 사라질 팀이 아니라 매년 상위권에서 우승에 도전할 저력을 가진 팀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노력하고 있다. 팬 여러분께서도 그런 부분을 알아주시고, 더욱 큰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다. 한화이글스는 앞으로도 우리 지역민, 팬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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