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15주년 된 대전예술의전당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75%가 넘는 객석점유율에 관객의 환호성이 넘치는 공연장이지만 가벼운 무대와 뮤지컬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은 공공극장인 대전예당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일반인과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대전예당이 선보인 작품엔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뛰어난 기획도 눈에 띄고 자체제작을 통해 타 공연장과 차별화된 대전만의 독보적인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출연자 이름에 기댄 기대 이하의 내용도 상당수다. 명성으로 관객을 모으고 부실한 내용으로 실망을 안긴 공연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결국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서서히 공연장과 멀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일반인들의 박수 못지않게 예술에 심미안을 지닌 애호가들의 시선 또한 중요함을 의식해야 공공극장이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진다.

이제는 수치상의 객석점유율이 아닌 개별 공연의 질과 예술성을 논해야 될 시점이 됐다.

프랑스 오페라극장의 객석점유율이 높았던 시기에 예술은 예술이지 산업이 아니라고 일갈한 프랑스 예술정책의 안목은 이곳 대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예술로 돌아가야 한다. 예컨대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적인 뮤지컬이 이곳 대전예당에서 다른 클래식장르보다 앞설 수는 없다. 많은 뮤지컬이 충성도 높은 관객과 스타 마케팅, 흥행력 있는 기획으로 관객을 끌어오지만, 지불해야 할 비싼 비용 대비 꼭 깊이 있는 예술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면 올 해 지역 대표 오페라단인 대전오페라단과 리소르젠떼오페라단이 대전예당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한밭대학교 아트홀에서 공연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적은 예산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냈고 앞으로도 대전음악계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대전예당이 거대 상업 자본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설 곳 없는 군소 예술가들과 민간오페라단이 밖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양성을 위해서는 흥행성 강한 무대도 필요하지만 클래식장르와 비중을 맞추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모차르트는 늘 일반인과 전문가 양쪽의 입장을 균형감있게 반영하는 음악으로 영구적인 작품을 남겼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대중성을 살리되 예술성 높은 작품의 접점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에 대전예당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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