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대본 기근 속 성과 내는 지름길이자 자구책"

▲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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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 남은 선택지, 막장과 주말극

"배우·대본 기근 속 성과 내는 지름길이자 자구책"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올해 지상파들이 드라마 부문에서 대부분 흉작을 면치 못했지만 막장극과 주말극만은 살아남았다.

막장극 대모 김순옥 작가 신작인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은 28일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전날 방송분이 시청률 17.9%를 기록하며 상반기 같은 방송사 '리턴'이 기록한 17.4%를 꺾고 올해 최고의 평일 미니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황후의 품격'이나 '리턴'은 자극·선정성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이야기 전개도 화면도 원색적이다. 살인, 폭력, 치정 등 온갖 법·윤리를 거스르는 행위들이 "막장극이니까 이 정도는" 또는 "드라마가 재밌으면 그걸로 됐지"는 말 아래 스스럼없이 자행된다.

물론 '황후의 품격'을 보면 화려한 필력으로 쓴 막장극은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하는 오락거리가 된다. 완성도 높은 수사극도, 절절한 멜로도 각자 기능이 있지만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 화를 분출하는 시원한 막장극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지상파가 수확한 작품 상당수가 막장 요소가 다분한 드라마라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평일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10%대까지 내려가면 좀 더 다양한 장르가 있기는 했지만 15%대를 넘긴 작품은 '황후의 품격'과 '리턴' 정도고, 그 이상은 주말극뿐이다.

KBS 2TV는 홈드라마 '같이 살래요?'와 '하나뿐인 내편'으로 주말극 명맥을 이어나가고, MBC TV는 '숨바꼭질'과 '신과의 약속' 등 막장극으로 토요일에 승부를 걸었다.

SBS TV도 '황후의 품격'을 쓰는 김순옥 작가의 전작 '언니는 살아있다'가 좋은 반응을 얻은 일을 계기로 최근 '운명과 분노'까지 토요극에서까지 줄곧 선정성으로 승부한다.

비지상파가 최근 수사극부터 판타지, 시대극까지 다양한 장르 드라마로 경쟁력을 높이는 가운데 지상파는 기성 작가의 필력 등을 활용해 '싸고 빨리 만드는' 작품으로 단기 성과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tvN은 올해 시대극인 '미스터 션샤인'부터 게임 요소를 도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실감과 감성을 동시에 갖춘 '라이브'와 '나의 아저씨' 등으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JTBC 역시 트렌디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부터 블랙코미디 'SKY 캐슬'까지 다양한 시도로 호평받는다.


지상파와 비지상파 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면서 지상파의 이러한 선택은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예 지상파와 비지상파 간 시청자 타깃이 명확히 분리된 영향도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막장극과 주말극 일변도로 흐르는 지상파 드라마는 지상파의 자구책"이라며 "배우도 대본도 tvN, JTBC 등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전통의 강호 주말극과 높은 연령층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막장극은 성과를 내기 좋은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때문에 김순옥, 문영남 작가('왜 그래 풍상씨') 등 막장극, 주말극 대모들이 평일 미니시리즈로까지 건너오게 되는 것"이라며 "JTBC 'SKY 캐슬' 시청자, KBS 2TV '하나뿐인 내편' 시청자,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시청자 등 채널별 타깃이 점점 확연하게 달라지는 경향도 점점 고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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