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탁금 15% 이내 행정비 사용’, 규정 있으나 사실상 편법 횡행
관계법령·통합 관리체계 미비, 모금대행업체, 기부단체 등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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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거리에서 모금을 독려하는 사람들을 보고 당연히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자발적 행위일 것으로 생각했던 제가 참 순진했네요”

대행사를 통한 거리모금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후원자 조 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리모금을 통해 총 10여개 단체에 후원자로 등록한 그는 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임에도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선 처음 들었다고 토로했다.

조 씨는 “지하철이나, 시청 앞에서 활동하는 거리모금으로 지금까지 가입한 단체만 10개가 넘는다”며 “모금활동자들에 대해 당연히 해당 단체 직원이거나 봉사자일 거라고 생각했지 대행사 직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황당함을 내비쳤다.

이어 “내가 낸 후원금의 일부가 대행사 직원들의 실적 달성에 일조하고, 그들의 수수료로 지급됐다니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처럼 NGO단체들의 ‘모금대행’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행 관계법령은 물론 수천 개에 달하는 NGO단체들을 감독·관리할 통합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노린 다양한 편법들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제 공인 모금 전문가인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그간 암묵적으로 이뤄진 모금대행을 ‘나눔이 준 판도라의 상자’로 표현했다.

비케이 안 소장은 “사회복지 재무규칙에 따라 기탁금의 15% 이내만 행정비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계약 시 서류상으론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다른 항목으로 비용을 처리하는 등 사실상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소장은 이어 “모금액 확충이 다급한 신생 단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제 NGO단체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행업체들의 권유는 ‘달콤한 유혹’으로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금대행사는 단체와 계약에 있어 ‘청렴이행각서’에도 동의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깊은 의미가 내포 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 소장은 “표면적으로는 윤리적으로 모금활동을 하겠다는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지만, 갑과 을의 관계로 봤을 때 이는 은밀한 계약으로 고용주에게 어떤 방식으로도 리스크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가 이면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 한 모금대행사 직원이 양심에 가책을 받아 대행사를 그만 둔 경우도 있었다”며 “직원들 대부분이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문제가 되는 단체들로 인해 기부문화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역 한 NGO단체 관계자는 “순수하게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로만 모금활동을 하는 곳도 많다”며 “모금대행을 하려면 투명하게 대행사임을 밝히고 시민들에게 알 권리를 줘 후원자 스스로 후원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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