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이창훈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얼마 전 군대 동기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역 100일을 앞둔 기념으로 동기들끼리 모여 매점에서 간식이라도 함께 먹자는 내용이었다. 자연스럽게 그 동안의 추억이 눈앞에 그려졌다. 많은 것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곳에서 함께 생활한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의미 있는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서의 시간에 대해 '버린다' 또는 '흘려보낸다'고 표현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자신의 학업이나 직장을 잠시 중단하거나 포기해야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군 생활을 '경력의 단절', 혹은 '버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공군은 현재와 미래의 나를 충실하게 만들어가는 터전이 됐기 때문이다. 삶과 배움은 항상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군대는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인간관계를 맺고 발전시켜가는 방법은 군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다양한 연령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이른바 '사람 공부'를 하게 된다. 각기 다른 삶의 만남은 항상 배움을 낳게 되기 마련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각·시선·가치관을 접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공군에 입대하고, 자대 배치를 받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엄정한 군기 속에서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지만, 일반 대학교 못지않은 공군 특유의 활발한 자치 활동과 동아리 활동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군대는 상하수직적 체계 속에서 자기계발의 기회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편견에 불과했다. 병영생활과 관련된 모든 제도 운용은 병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율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또한 동아리는 기본적인 스포츠와 취미활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술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병사들은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취미생활과 공부를 계속해나갈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관심 분야가 같은 사람들과 특정한 프로젝트나 스터디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 군 생활을 하면서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학습을 지원하는 봉사활동과 각자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재능기부 동아리 운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활동들은 사무실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해줬다. 재능기부 동아리는 세미나라는 형식을 통해 동아리에 소속된 장병들이 IT기술, 음악, 디자인 등 각자가 지닌 재능을 설명해주고 노하우와 지식을 함께 나누면서 공유의 가치가 주는 시너지 효과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군대에서 했던 모든 경험들은 내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능력을 키워주는 소중한 자양분이 됐고, 이곳에서의 시간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됐다. 우리의 인생에 배움의 기회는 '함께하는 사람'부터 '함께하는 생활'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올 것이다. 군대에서 보장되는 자기계발 시간을 활용해 본인이 평소 부족했던 분야의 기초를 다지고,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한다면 틀림없이 군 생활 2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시간에도 우리나라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장병들과 군 입대를 앞둔 장정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매 순간을 사랑하며 기꺼이 즐겨보자. 그 시간들이 쌓이면 멋진 내 인생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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