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전개와 답답하지 않은 주인공 힘입어 인기

▲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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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막장이면 화끈하게…'황후의 품격' 16% 돌파

속전속결 전개와 답답하지 않은 주인공 힘입어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막장극에 오히려 더 필요한 게 필력이라더니….

27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방송한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 시청률은 12.6%~16.1%를 기록해 자체 최고 성적을 냈다.

전날 방송에서는 황후 오써니(장나라 분)가 궁에 다시 들어와 조금씩 황실에 균열을 내고, 경호대장 천우빈(최진혁)이 나왕식(최진혁/태항호)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막장극 대모'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의 신작인 '황후의 품격'은 극 초반 지나치게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과 연출로 화제와 욕을 동시에 모았다. 자극적이기로는 만만치 않았던 '리턴' 주동민 PD의 공(?)도 컸다.

그러나 민유라(이엘리야)가 출세를 위해 가족 같은 사람들을 버리는 이야기, 나왕식이 황제 이혁(신성록)에 복수하기 위해 각성하는 과정은 다소 거칠게 그려졌지만 오써니의 활약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스토리도 연출도 비교적 안정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황실에 의해 죽을 뻔했던 오써니가 다시 궁에 받아들여지는 게 납득하기 어렵고 어설프지만, 애초에 상식 틀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질질 끌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다. 아직 이야기의 절반도 오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작가가 자기부상열차에라도 올라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국내 막장극 주류가 그렇듯 최후까지 갈등을 끌고, 악녀가 끝까지 설쳐 화병을 부르는 게 공식이지만 '황후의 품격'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차별화된다.

이혁도 민유라도 태후 강 씨(신은경)도 모두 악행을 저지르지만 다른 막장극 속 악역들과 달리 어설프기 짝이 없어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태후가 오써니를 잡기 위해 현상금을 품에 안고 생방송을 하는 장면이나 아리(오아린) 공주가 책봉식에서 다국어를 하는 장면 등은 막장이라기보다도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오써니 역시 작가의 전작 속 장보리('왔다! 장보리'), 금사월(내 딸, 금사월)과는 달리 당하기만 하지 않는 캐릭터에, 행동력도 속전속결이라 시청자도 속 끓일 일이 없다.

이 드라마는 결론도 (아마) 명쾌하다. 이미 부제부터 '대한제국을 무너뜨릴 마지막 황후'인 데다가, 오프닝부터 황실 문양을 칼로 찢으며 시작하니 이제 오써니와 천우빈의 공조만 남은 셈이다.

근본적으로 막장극에 작품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겠지만, '황후의 품격'은 막장극도 하나의 장르라면 이 정도 필력은 돼야 시도할 만하다는 걸 보여준다.

시청자들이 '월화순옥(수목)금토일'을 외치며 이 드라마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단순히 황실 막장극이라서가 아니라 재밌고 화끈한 이야기라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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