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주연초제조창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네 번째로 오늘 청주에서 개관한다. 비수도권으로는 처음이다.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국내 최초의 보이는 수장고’ '열린 미술관’ 운영 방식을 채택, 또 다른 명물로 등장했다. '개방' '소통' '재생'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하는 미술관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때 애물단지로 치부되던 연초제조창이 문화재생의 옷을 입고 재탄생한 성공사례라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연초제조창은 1946년 설립 이후 2004년 가동 중단되기까지 시민의 삶의 터전이자 지역경제를 이끄는 대표 산업시설이었다. 하지만 용도 폐쇄 이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14년 동안이나 버려진 시설로 방치됐었다. 뒤늦게나마 문화·지식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청주시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진 건 천만다행이다. 수장공간(10개), 보존과학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공간(2개), 라키비움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구비했다.

우선 지역의 전략적인 승부수가 돋보인다. 중앙과 지자체 간의 성공적인 협업사례로 손꼽힌다.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재산을 국가에 무상 양여하여 활용한 사례라는 점에서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청주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옛 연초제조창을 미술관으로 재건축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이후 최대 규모의 소장품이 청주관으로 옮겨온다. 2020년까지 3차에 걸쳐 4000여 점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들이 청주관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특화된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를 바란다. 지역의 문화적인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랜드마크로서도 손색이 없다. 프랑스의 옛 기차역이나 영국의 화력발전소가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후 문화 명소가 되는 사례를 참고할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비롯해 동부창고, 첨단문화산업단지 등을 연계하는 프로젝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잘 다듬어서 세계적인 문화 명소는 물론 쇠락한 원도심에 도시생명의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만들어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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