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바야흐로 12월의 끝자락이다. 2018 무술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올해도 이제 나흘이 지나면 역사 속으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는 시민들에게 어떤 해였을까… 잊지 못할 만큼 행복한 해였을지도, 또 아쉬움이 남는 해였을 수도 있다. 흔히, 12월을 한해를 마감하는 달이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달이라 한다. 이쯤 되면 한 해 동안 얼마만큼 열심히 살았는지를 되돌아보고 반성도 하며,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새해의 계획과 포부도 정하기 마련이다.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인생을 얼마나 가치 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보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때가 바로 지금, 12월이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박사의 저서 ‘열두 발자국’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우리 삶이 컴퓨터라면, 새롭게 하는 데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겁니다. 우선 그냥 코드를 뽑는 방식이 있습니다. 재부팅을 하는 거죠…(중략)… 아니면 강력하게 리셋(reset)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고요. 가장 강력하게는, 삶을 하드 포맷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간의 삶의 궤적을 다 지워버리고 전혀 낯선 곳으로 가서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거죠. 저는 이러한 여러 욕망의 집합체로 새로 고침을 생각해봤습니다.”

이어서 그는 “인생에서 새로 고침은 참 어렵다”고 하면서, 매년 1월 1일에 하는 새해 결심은 이러한 욕망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컴퓨터가 새로 고침, 리셋, 포맷까지 여러 방법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어떤 기회나 전환점이 발생하면 '새로 고침'을 한다. 앞서 이야기한 '새해결심'처럼, 매년 연말이면 저무는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들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새로 고침'인 것이다. 인간은 컴퓨터처럼 지난 기억을 지우고 재시작하는 '포맷'과 '리셋'은 어렵지만, 잠시 멈춰서 인생을 업데이트하는 '새로 고침'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간다.

이쯤 해서 우리 대전시의회도 다가오는 기해년의 더 힘찬 도약을 위해 '새로 고침'을 해보고자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 생각해보니, 올해 우리 대전시의회는 많은 변화와 성과가 있었던 해였다. 지난 7월 출범한 제8대 대전시의회는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원만한 원 구성을 시작으로 총 78일간 세 차례 회기를 거치면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냈다. 22명의 시의원 모두가 시민께서 부여해주신 막중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의장으로서는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면 어디든 나섰고, 찾아오시는 분들과는 허심탄회한 시간도 가졌다. 시의회 전체를 두고 봤을 때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의회의 자화상을 만들어 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지난 6개월, 세 차례의 회기가 진행되는 동안 의원사무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날이 많았다. 총 214건의 안건을 처리한 것만 봐도 그 많은 안건들의 자료 수집과 분석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그중에는 의원이 직접 발의한 조례안 15건과 건의안 7건, 결의안 및 요구안 8건도 포함되어 있다. 의원 역량을 강화하고 정책현안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토론회와 간담회도 22회나 개최했으며, 회기 중 5분 자유발언에도 14분의 의원이 참여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또한,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송곳 질의와 대안 제시를 통해 517건을 지적 및 조치 요구를 하는 등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펼쳤다.

개원 초, 제8대 대전시의회는 '행복한 대전,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의회'의 의정 목표를 세웠다. 오로지 시민의 행복을 위하고 시민을 섬기는 자세로 의정을 펼치기 위한 마음을 담은 슬로건이었다. 올해 잘 다져낸 토양 위에서, 내년에는 시민 행복의 꽃을 피우기 위해 더 열심히 뛸 것이다. 올해 만들어낸 결과들을 업데이트해서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더 좋은 성과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시민 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을 드리고 싶다.

처음 의회의 수장이 되고나서, '초심'이란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중요한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첫째 초심, 둘째 열심, 셋째 뒷심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더 낮은 자세로 시민을 섬기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의정에 반영하겠다는 초심을 늘 가슴속에 되뇌며 지내왔다. 2019년에는 이러한 '초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이러한 다짐들이 바로 우리 대전시의회의 '새로 고침'이고, '업데이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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