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시 최소 906억…실제론 3~4배, 다른 대상지 형평성 문제 우려도
도시공원위서 가결됐던 특례사업 비전문가 공론화위 근거 백지화땐
법적·행정적 절차 무너뜨리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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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전홍표 기자] 대전 월평공원(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허태정 대전시장의 공식 입장발표가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허 시장이 어떤 용어를 사용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허 시장은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법적·행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대전 행정의 최종 책임자' 입장에선 용어 선택에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 허태정'이 아닌 '대전시장 허태정'의 입장에서 일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월평공원 공론화 과정의 문제점이나 향후 예상되는 재정적 부담, 행정·법적 문제, 향후 대전시의 미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 시장이 의지를 담아 '적극 수용'이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지만, 다른 용어를 선택할 경우 대전시장으로서의 고민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허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재정적 문제다. 애초 대전시의 계획대로 월평공원 갈마지구를 민간특례사업으로 진행하지 않고 매입의 수순을 밟을 경우 최소 906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현재 시가 보유한 녹지기금은 1650억원이다. 민간특례사업 반대 측은 이 기금을 활용하면 갈마지구 내 모든 사유지를 매입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 매입가는 이보다 3~4배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금 가운데 850억원은 이미 보문산 내 4개 장기집행공원의 매입비로 책정됐다. 결국 시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월평공원(갈마지구)만 매입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대전에는 월평공원을 포함해 6개 공원 7개 지구의 민간특례사업 대상지가 있으며, 장기미집행공원 전체는 26개에 이른다. 형평성 차원에서 갈마지구를 포함해 나머지 6곳의 민간특례사업 대상지는 물론 장기미집행공원 내 사유지 전부를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월평공원 공론화 과정에 깊이 개입했던 정의당은 대전시가 민간특례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와 허태정 시장은 공론화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해 월평공원 외의 민간특례사업 추진 지구에도 다른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대전시의 부담은 최소 1조 2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시가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감당하기 힘든 수치다.

허 시장의 또 다른 부담은 행정적 딜레마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도시공원위원회'에서 가결된 사안이다.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위의 설문내용을 근거로 백지화한다면 법적·행정적 절차 자체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결국 크고 작은 갈등이 있을 때마다 공론화를 통해 시민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전문성을 갖춘 시의 각종 위원회의 의견이나 결론, 시민대표 기구인 의회의 의결은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공론화위의 공정성 논란도 향후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숙의단에 참여했던 시민 A 씨는 "숙의 과정에서 월평공원 매입에 대해 찬반 양측의 주장만 있었고, 대전시 등 책임있는 기관에서 제시한 내용이 없었고, 자료를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았다"라며 "숙의 내내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만 난무했다"고 전했다.

B 씨는 “찬성 입장에 내비치면 마치 숲과 공원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자고 하는 개발업자 취급을 하는 분위기가 짙었다”라며 “그런 분위기에서 소신 발언이나 이의제기를 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를 전공한 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숙의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행정에 담아낸다는 것은 지방자치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라면서도 "다만 숙의 결과는 아무런 법적 근거나 구속력이 없다. 행정기관은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하지만, 행정·법적 테두리 내에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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