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중세기. 5세기에서 15세기에 이르기까지 천여년 동안 로마 교황청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를 말한다. 당시 영국과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은 대단한 행사로 치러졌다. 성직자나 영주, 농노주들은 그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즐겼다. 

하지만 하인이나 농노들은 예외였다. 성직자 등 지배계급들이 하루를 실컷 먹고 마시며 즐겁게 노는 데는 하인이나 농노들의 수고가 따라야 했다. 이 같은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피지배계급에게 하루 휴가가 주어졌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12월 26일. 그들에게 푸짐한 음식과 선물이 주어졌다. 하루 동안 마음껏 놀았다.

당시 피지배계급을 위한 휴일을 'Boxing Day'라 했다. 'Boxing'은 권투, 복싱이 아니라 '상자 꾸리기'라는 뜻이다. 선물을 주는 날을 왜 'Boxing day'라 했는가. 크리스마스 때는 모든 가족들이 모여 선물을 주고받으며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모든 농노들은 영주의 집으로 모여 크리스마스 준비를 해야 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면 영주가 농노들에게 옷, 곡물, 연장과 같은 물건들을 상자에 담아 주었다. 농노들은 크리스마스 다음날 그 상자를 집으로 가져갔다. 이처럼 상자에 선물을 담아주는 풍습에서 ‘Boxing day'가 유래됐다.

하인들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 일을 하러 올 때 상자를 갖고 오는 영국의 풍습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영주들은 특별 연말 수당으로 하인들에게 상자에 동전 등 선물을 넣어줬다. 하인들은 동전 상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아직도 이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Boxing day'에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다. 이젠 크리스마스에 팔지 못한 물품을 소진하기 위해 대폭 할인 판매하는 날로 행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연중 가장 큰 규모의 할인 판매가 행해지는 날, 'Black Friday'라 보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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