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랭 프로젝트 '뻥'·'까리' 잇따라 발매…내년엔 정규앨범

▲ [원더기획 제공]
▲ [원더기획 제공]
▲ [원더기획 제공]
▲ [원더기획 제공]
▲ [원더기획 제공]
▲ [원더기획 제공]
BTS 노래 쓴 플로우식 "힙합은 축제…미움의 문화 아니죠"

슬랭 프로젝트 '뻥'·'까리' 잇따라 발매…내년엔 정규앨범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방탄소년단(BTS) 히트곡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의 촌철살인 가사는 영어로 쓰였다.

보통 BTS 멤버들이 직접 가사를 쓰지만, 이 노래 작사가는 다름 아닌 미국 교포 래퍼 플로우식(본명 박대식·33).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작사를 의뢰하며 협업이 성사됐다.

몬스타엑스 주헌, 현아, 공민지, JYJ 김준수와 김재중,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 등과 작업한 인기 프로듀서이기도 한 그가 우리나라 대중 앞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은 2011년이었다.

솔리드 출신 프로듀서 정재윤 발탁으로 글로벌 그룹 '아지아틱스'(AZIATIX)로 데뷔했고, 그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서 최고의 신인 아시안 그룹상을 거머쥐었다.

2016년 엠넷 '쇼미더머니 5' 미국 로스앤젤레스 예선에서 보여준 매력적인 저음과 수려한 래핑은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아깝게 본선 1차 공연에서 패했지만, 이후 독보적인 입지를 쌓았다.

지난 10월 싱글 '뻥'에 이어 이달 '까리'를 발표한 그를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쇼미'의 다음 시즌들에서 왜 볼 수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웃었다. 그는 싱글 '뻥'에서 "잘라버려 주작(없는 사실을 만든다는 인터넷 용어)하는 피디(PD) 작가", "나에게 줄 빚이 많아 이젠 너를 믿지 않아"라고 꼬집은 바 있다.

"제 음악적 커리어를 생각하느라 바빴어요. 북미, 유럽 투어도 있었고요. '쇼미'에 또 나가는 것도 괜찮겠지만 똑같은 걸 또 하려니 웃기더라고요. 처음엔 한국에 힙합을 알릴 플랫폼이 생긴 건 좋았어요. 몰랐던 분들, 신선한 신인이 나오는 게 반가웠죠. 하지만 지금은 유명한 분들이 반복해서 나오잖아요. 어떤 래퍼는 두세번 출연하기도 했어요. 이제 '쇼미'는 기성 래퍼들이 대중에게 잊히지 않으려고 나오는 곳이 된 것 같아요."

플로우식은 미국 뉴욕 태생이다. 부모님이 1982년 미국에 이민하며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15살까지 동양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동네에서 자라며 설움도 겪었다. 그런 슬픔을 극복하게 해준 게 힙합이었다. 아픔을 가사로 쓰고 사람들과 춤추고 노래하며 토해내게 해준 고마운 창구였다.

그런 철학이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그의 랩에는 신랄한 '비판'은 있을지언정 '혐오 발언'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곡 '까리'는 부산 사투리로 멋있다는 뜻인 '까리하다'를 모티프로 삼은 노래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촬영된 뮤직비디오에서 태극기를 두르고 강렬한 랩을 퍼붓는 플로우식의 눈빛엔 자유로움이 넘친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동양인, 흑인, 백인, 히스패닉까지 온갖 인종이 모였어요. 그게 힙합 정신 그 자체거든요. 피부 색깔과 관계없이 모여서 즐기는 축제요. 뉴욕에서 처음 힙합이 태동할 땐 사람들이 시간 날 때 자연스럽게 모여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시작이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나온 사람들도 섭외한 게 아니라 원래 아는 친구들, 지나가던 사람들이에요. 그들이 미국 한복판에서 부산말 '까리'를 외치며 신나게 어울린 거죠."

'뻥'에 이어 '까리'까지, 우리말 속어를 제목으로 삼은 데 대해선 "외국 팬들에게 한국의 슬랭을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래퍼 산이를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그는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이렇게 말했다.

"힙합은 본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게 힙합이니까요. 하지만 산이 같은 경우는 좀 달라요. 콘텐츠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 보다 '센스'있게 전달해야죠. 힙합은 미움의 문화가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저는 이른바 'F 워드'(욕설)도 잘 안 쓰려고 노력한다. 팬들과 소통할 때 팬들의 부모님도 오시기 때문에 그 앞에선 도저히 욕설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가사에 욕을 쓴다는 건 실력이 부족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너무 흔해서 특이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플로우식의 계획은 촘촘하다. 지난 8월엔 원더기획과 계약해 음악 매니지먼트를 맡겼고, 사우스포레코드라는 레이블도 설립했다. 실력있는 뮤지션들과 모여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랩이 아닌 대중적인 보컬 토대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정규 음반도 낼 예정이다.

"제 무대를 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제작자일 땐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춰야 하니까요. 한국어가 서툴러서 아직도 사전을 찾아보며 가사를 쓰지만, 엄마 나라에서 멋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해외 뮤지션과 협업도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clap@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