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학년도 정시모집 대비 대입상담박람회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하나는 재수를 해 본 사람이고, 나머지 하나는 재수를 안 해본 사람이야." 고3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 최근 갑자기 생각났다. 재수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그만큼 힘든 일임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당시에는 이 말을 듣고도 별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재수를 할 생각이 없었고, 실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5년 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났을까. 매년 이맘때쯤 오는 수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3개월 전에 대학원 불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원 합격이라는 목표에 실패했다. 살면서 여러 곳에 불합격해봤지만 이런 큰 실패는 처음이었다. 나는 마치 연인과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처럼 굴었다. 괜찮다가도 안 괜찮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불현듯 생각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고민했다. 자신감은 바닥이었고, 어떤 일도 해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어떤 사람은 왜 대학원 면접 준비를 열심히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또 어떤 사람은 다음부터는 목표의 우선순위를 잘 매기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불합격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힘들어졌다. 또 나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사람들은 타인의 실패에 대해서 쉽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재수하는 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쉽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잘 하던 애가 왜 재수를 하니?' 혹은 '재수하면서는 열심히 해라.' 나아가 '너는 해도 안될 텐데?' 얼굴 보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재수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그랬던 것 같다. 국어 선생님이 말씀이 맞았다. 내가 이렇게 실패를 겪고 나니 그때 친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설픈 조언이나 충고, 내 실패에 대한 판단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말은 '수고했어.'와 '응원할게.'였다.

재수는 대학 불합격이라는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이다. 나 또한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몇몇 친구들과 부모님의 따뜻한 응원 덕분이었다.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간중간 지치고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내게 응원을 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나는 그 응원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타인의 실패를 멋대로 평가하는 사람, 나머지 하나는 실패를 겪은 자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지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느 쪽의 사람인지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주변에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줍잖은 조언보단 하루의 행복이 되는 응원을 해 주길 바란다. 나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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