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미국 대학생들도 한국만큼 비싼 학비 때문에 고생이 많다. 학교를 쉬거나 관두는 가장 큰 이유도 학비 부담 ,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다.

조지타운대 취업센터소장 토니 카니발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빚을 져도 원하는 연봉의 직장에 취업하면 다행이지만 빚을 갚을만한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이 파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도국에 학교를 지어주는 비영리단체 ‘약속의 연필 (Pencils of Promise)’ 대표 애덤브라운은 2017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 3학기짜리 대안 대학교 '미션유'(MissionU)를 세웠다. 학자금 대출받아 대학 가지 않고도 원하는 직업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산학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8년 5월에는 사무실 공유 플랫폼인 위워크가 이 대학을 인수했다. 이 대학이 학비를 받지 않고도 운영이 가능한 것은 이런 규칙 때문이다. 졸업 후 연봉 5만달러 이상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 3년 동안 월급 15%를 지불, 졸업 7년이내 연봉 5만 달러 이상 직장에 취업을 못하는 경우 학자금 상환의무 면제하여 학생의 성공이 학교의 성공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입학 심사 평가가 엄격하다. 고등학교 졸업장, 내신 성적, SAT 점수등은 필요하지 않고 대신 취업하고 싶은 회사와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한 포트폴리오로 제출해야 한다. 그런 뒤 문제 해결 능력과 팀으로 일하는 능력, 리더십 등을 정성 평가한다. 지금까지 2017년 9월과 2018년 1월 두차례 학생을 모집했는데 매번 470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고, 각각 30명, 25명을 뽑아 현재 55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경쟁률도 학생들 수준도 아이비리그 못지 않다.

이 대학의 커리큘럼을 보면 1학기 이론 수업은 스탠포드 경영대학과 협력을 맺고 이곳 교수진이 학생들에게 경영 전반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르친다. 통학이 어려운 학생은 수업의 80%를 라이브스트리밍으로 학습할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일반 대학의 경영학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대학의 특별한 커리큘럼은 두 번째 학기부터다. 2학기는 테크 수업으로 학생들은 데이터 분석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두가지 트랙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데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데이터 분석은 기업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작성 및 수집하고 지표를 분석하는 분야이고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분야이다. 실습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실습 수업은 교수가 아니라 스케어, 에이비앤비, 리프트 직원들이 담당한다. 또 해커원과 협력해 학생 4명당 1명이 해커를 붙여 실시간으로 엔지니어링에 대한 질의응답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해커원은 세계적인 해커들과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3학기는 현장 실습으로 현재 미션유와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스타트업은 총 12개사, 학생은 원하는 회사를 골라 6개월간 인턴 실습을 받는다. 회사와 학생이 서로 잘 맞는다고 판단하면 즉시 채용으로 이어질수 있다.

이 대학은 펀딩 받은 자금 (1250만달러, 140억원)으로 운영이 돼왔는데 스탠포드대학과 스타트업들이 교육과 실습의 많은 부분을 맡아주기 때문에 실제 운영비는 일반대학에 비해 훨씬 적다. 그렇다면 이름만대며 알만한 스타트업들이 왜 직원을 보내고 인턴기회까지 제공하는 것일까? 바로 채용과정에서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통상 채용에서는 A만큼의 능력을 기대하고 뽑았는데 막상 그만큼 업무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때가 많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더라는 것이다.

와비파커 공동창업자 닐 블룸멘탈은 패스트컴퍼니에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한 뒤 가장 힘든 것이 그들이 적응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탈자도 많이 발생한다. 일은 잘 하는데 회사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 알고 보니 원하는 능력이 없는 경우 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 리스크를 조금이라고 줄일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미션유의 인재풀"이라고 말했다. 정리를 해보면 학생들은 학비 걱정 없이 똘똘한 공부를 할수 있고, 스타트업들은 채용 스트레스 없이 똘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멋진 스타트업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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