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9일 영화 '말모이'서 까막눈 판수 연기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 "새로운 모습 보여주기보다 배역에 녹아들고 싶어요"

내년 1월 9일 영화 '말모이'서 까막눈 판수 연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유해진은 말맛을 찰지게 살릴 줄 아는 배우다. 그래서 내년 1월 9일 개봉하는 영화 '말모이'에서 그가 맡은 판수 역할은 맞춤형 배역처럼 보인다. 판수는 말은 청산유수지만 가, 나, 다, 라도 모르는 '까막눈'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유해진은 "엄유나 감독이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쑥스러워했다. 엄 감독은 유해진이 출연한 영화 '택시운전사' 각본도 썼다.

'말모이'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그린다. 판수는 명문 중학교에 다니는 덕진과 어린 순희 남매를 키우는 홀아비로, 아들의 밀린 월사금을 구하려 조선어학회에 허드렛일을 하는 사환으로 취직했다가 우리말 모으기에 동참한다.

유해진은 "다소 교육적인 측면이 있지만, 꼭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동참했다"면서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판수는 극 중 가장 변화가 많은 인물이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던 그는 한글을 뗀 뒤 현진건의 단편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지난번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제가 변호사로 나올 때는 다들 깜짝 놀라면서 '여태껏 제일 고학력 배역 아닌가요?'라고 많이 물어보셨는데, 이번에 '까막눈'으로 나오니까 다들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잘 어울리나봐요. 하하"

유해진 특유의 넉살과 유머러스한 연기는 이 작품에서도 익숙하지만,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는 "솔직히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것 같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매 작품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카멜레온도 아니잖아요.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그 속에서 제가 겉돌지 않고 잘 녹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소재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대목이 있다. 유해진은 '신파'가 아니냐는 일부 평가에 대해 "쥐어짜 내는 울음이 아니라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눈물이라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해진은 "지금껏 출연한 영화 가운데 '왕의 남자'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유일하게 울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조선어학회 대표 역할을 맡은 윤계상과는 '소수의견'(2015)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났다.

유해진은 "윤계상의 연기가 한층 깊어진 것 같다"며 "만약 내가 가수를 하다가 배우를 하면 윤계상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계상이 전날 "유해진의 통찰력을 배우고 싶다"고 언급한 데 대한 답례다.

그동안 쉬지 않고 달린 유해진은 현재 차기작 '전투'를 촬영 중이다. 대한 독립군이 최초로 승리한 '봉오동 전투'의 기적을 만든 독립군 이야기로, 내년 관객과 만난다.

fusionjc@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