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신청건수 집계불가, 인솔교사 없어 안전무방비
출석관리 강조하지만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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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수능 후 고3 학급의 수업공백 관리부실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은 수업일수 채우기 형태로 여전히 ‘형식적인 등교’를 하고있는 가운데 여러 이유로 학교를 출석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대전시교육청 및 동·서부지원청에 따르면 고3 학생들이 각급 학교에 신청한 ‘개인현장 체험학습(이하 체험학습)’ 신청건수는 올 한해 수천건에 달해 집계가 불가한 수준이다.

학교장 재량으로 승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급 학교에서 이들을 관리하면서 따로 교육청 단위로 집계 및 보고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체험학습’은 학교장 허가로 교외 체험학습을 수업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한 학생당 20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 부모 동의를 받고 현장체험을 신청하면 학교장이 승인하고 이후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수능을 마치고 해방감에 들뜬 학생들이 무의미한 등교를 벗어나는 한 방편으로 '체험학습'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체험을 통한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수능 이후 여행 등을 떠나는 기회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가 지원하는 현장체험은 인솔교사가 있지만, 개인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인솔교사가 없어 안전이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는 맹점이 있다.

18일 강원도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10명의 고등학생들이 봉변을 당한 사건도 이 ‘체험학습’ 신청을 통해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이후 학생들의 생활지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수능이 끝난 후 고3 교실의 파행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구조적 문제로 교육당국은 수능 이후 무단결석과 조퇴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고3 교실' 관리를 위해 출석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등교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일선 학교현장 역시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의 관리에 고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논술·면접 준비를 돕거나 정시 지원 관련 상담을 하느라 학생들의 진로탐색활동을 주도할 여력이 없는 고3 담임교사들은 별다른 제재 없이 체험학습을 권장하기도 한다.

매년 반복되는 고3 교실 정상화의 책무를 담임에게 떠넘기는 것만으로는 해결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개인체험학습은 수능 이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수시로 신청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대외활동 파악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교장이 신청의 요건과 규정에 따라 절차를 거쳐 학부모와 동행을 하는 등 체험학습을 승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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