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 수 없는 아픔에 여전히 무거운 바람

시민들 정신적 고통 호소…73명 심리상담 1500여건
불법 주정차 차량 여전해 시, 건물과 터 매입 계획…시민위한 ‘문화센터’ 예정

메인01-연합.jpg
[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지난해 말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가 21일로 1년을 맞는다. 당시 화마로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끔찍한 사고를 본 시민들은 지금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참사로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 소방·안전 취약 요인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행정·소방 당국의 대처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 진행형이다. 참사 1년을 앞두고 19일 다시 찾은 하소동 일대. 참사 이전 이곳은 대형 할인점 2곳을 비롯해 술집과 노래방, 식당, 유흥업소가 빼곡히 들어선 대표적 번화가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참사 이후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상인들은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음식점 주인은 “아직도 무거운 분위기가 거리 곳곳에 깔려있다”며 “과거 활기찼던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고 토로했다.

시민들도 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시 보건소는 참사 이후 지금까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73명을 대상으로 684차례의 심리 상담을 했다. 상담 건수도 1500여 건에 이른다. 참사 이후 정치권을 비롯한 온 나라가 “반면 교사로 삼자”며 떠들썩했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소방서 고가 사다리차는 500m를 돌아가야 했고, 골목이 비좁아 사다리를 제때 펴지 못해 29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형 참사를 겪고도 바뀐 게 없었다. 

화재 참사의 교훈을 비웃기라도 하듯 골목 곳곳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넘쳐난다. 제천시는 올해 이달 현재 1만 7300건을 단속했다. 부과된 과태료 역시 작년과 비슷한 6억 4300만원에 이른다. 소방 인력과 장비가 보강된 것은 다행이다. 충북 소방본부는 지난해 147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309명을 뽑았다.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809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화재 참사 당시 ‘먹통 논란’을 빚었던 노후 소방무전기도 모두 신형으로 교체했다. 법규 등 일부 제도도 개선됐다. 소방차 긴급 통행로 확보를 위한 주정차 특별 금지구역 지정 등을 핵심으로 한 도로교통법이 지난 2월 개정됐고, 건축물 외부 마감재를 불연재로 쓰도록 강제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 중이다. 희망도 보인다. 

지역 사회에선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민선 7기 제천시가 맨 먼저 소매를 걷었다. 시는 29명이 숨진 스포츠센터 건물과 터를 경매로 사들일 계획이다. 이곳을 ‘시민을 위한 문화센터’로 새로 꾸밀 생각이다.

이르면 내년 1월 청주지법 제천지원에서 열릴 스포츠센터 건물과 토지(하소동 소재)에 대한 경매에 참여할 예정이다. 1차 경매에서 이 건물과 터를 낙찰받아 건물을 헐고 문화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한편, 시는 참사 1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오는 21일 희생자 추모비가 있는 하소동 생활체육 공원에서 유족 등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연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