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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교사가 아니고 담임입니다. 고3 담임 맡은게 바보라고 느껴질때가 많죠.”

4년째 고3 담임을 맡은 대전지역 A고등학교 교사 박모(42)씨의 눈밑 검은 그림자가 유독 짙게 느껴졌다.

방학은 남 얘기가 됐고, 야근은 일상이 됐다. 대기업 신입사원 이야기가 아니다. 박씨는 누구보다 담임교사로써 잘해내고 싶었고 지금까지의 수시 대입 결과는 ‘고3 담임’으로서 인정받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고3 담임의 업무는 끝날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끝났지만 교육과정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능 이후 ‘수업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사관리 내실화를 강조하고 있다. 매년 시·도 교육청에 고3·중3 학생을 위한 다양한 진로탐색과 체험활동 지원을 강화하라는 내용의 공문도 전달된다. 수능 이후 어수선해진 교실을 잠재워야할 의무까지 고스란히 담임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학교에선 현장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논술·면접 준비를 돕거나 정시 지원 관련 상담을 하느라 이런 활동을 주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업무가 업무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고3 담임과 ‘교사’와의 거리는 까마득해진지 오래다. 고3 교실 비정상화의 정상화는 더이상 담임의 책무로 떠넘기는 것만으로는 해결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수능 이후 아이들이 ‘개인체험학습’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3 교실 파행 문제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만큼 현실적인 개선책이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윤희섭·대전본사 취재1부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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