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2.6% 성과급 지급 계획 없어… 원인은 재정상태 악화
중소기업 평균 보너스 지급액 190만원 전년대비 21% 감소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경기불황의 여파로 ‘12월의 희망’ 연말 상여금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인건비 및 원자재비용 상승 등으로 자금난을 겪음과 동시에 내수부진으로 실적 달성에 실패하면서 지급 의사가 없다는 기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상황이다.

18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50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말 성과급 지급 계획’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 가운데 62.6%가 성과급 지급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성과급 지급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자금 문제가 가장 컸다. 응답기업 가운데 40.6%가 ‘회사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를 답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올해 목표 실적 달성에 실패한 것을 이유로 든 기업도 29.5%에 달했다.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지급액은 19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21% 가량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역 중소기업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금난이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가 최근 발표한 ‘대전충남지역 기업대출 현황 및 주요 잠재리스크 점검’ 자료를 보면 9월 말 기준 대전지역 금융기관 기업대출 규모는 19조 5000억원으로 지역 전체 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1.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의 비중은 최근 5년새 6.0% 상승한 규모다.

지역 중기업계는 어려운 재정 상태가 이 같은 통계수치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올해 초부터 부담이 시작된 인건비 상승 부분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친 탓에 원자재비용 상승으로까지 연쇄효과를 미친 결과 지역 중소기업들은 악화된 재정 상태를 대출로 메꾸는 최악의 수순을 밟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 A(53) 씨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목표실적을 무난히 달성하면서 150만~200만원 수준의 연말 상여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인근 업체들도 전반적으로 상여금 지급 계획이 없거나 금액을 삭감시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상여금 지급 등을 위해 연말에 일시 운영자금을 빌려쓰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이미 재정 악화로 대출 위험수준에 다다른 탓에 이러한 분위기도 실종됐다는 게 지역 중기업계의 설명이다. 중기업계는 이 같은 자금부족 사정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 특수 실종에 침체된 기업 분위기는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지표상으로 앞으로의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이 확실시됨과 함께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환경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사정 악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유관기관들의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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