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인력사무소
일당 높은 건설업 일자리 줄어…중년 구직자들 ‘눈치싸움’ 치열
꺼리는 택배 업무라도 간절해, 그마저 못 구해 발돌리는 사람도

대전 동구 소재 인력사무소 앞에 일감을 찾는 구직자들이 모여있다. 사진= 수습 최영진 기자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오늘도 일이 없어요. 겨울엔 하루하루가 대마찌(일자리가 없다는 은어)네요. 조금 더 있다가 눈치껏 집으로 가봐야죠.”

동이트지 않아 아직은 어둠이 짙게 깔린 18일 오전 5시 50분. 대전 동구 삼성동 소재 충청인력(인력사무소)에는 일거리를 찾기 위한 구직자들로 점차 채워졌다. 일감찾기가 어려운 추운 겨울이지만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지닌 중년의 구직자들은 저마다 방한 귀마개와 두건·마스크로 중무장 한채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학수고대했다.

30여명이 모인 충청인력에서 선택받는 구직자들은 절반 남짓. 일당이 높은 건설관련 일자리를 배정받기 위한 눈치싸움은 치열하다. 대전지역 건설업계의 영업부진으로 공사현장이 현저히 줄다보니 같은시간을 일해도 일당을 많이 챙길 수 있는 이른바 노가다 현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실제 건설업 일자리 수도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 지난해만해도 동계시즌 동안 건설현장 일감은 1일 평균 20여개 정도였으나 현재는 절반 이상으로 일감이 줄었다는게 인력사무소의 설명이다. 일당이 높은 건설관련 일자리가 동이나자 택배 승·하차 업무라도 하려는 구직자들의 모습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대전 동구 소재 인력사무소에 일감을 찾는 구직자들이 모여있다. 사진= 수습 최영진 기자
일자리 배정이 끝난 오전 7시, 이곳저곳에서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구직자들이 가장 비선호하는 택배업무(야간)라도 받으려했던 박기식(가명·58) 씨는 끝내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자 자신이 타고온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2년 넘게 고정으로 인력사무소에 출근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평생을 몸담아온 노가다(건설직종)였기 때문에 갖고 있는 기술이 이것 뿐인데 건설업종 일감은 최근 두 달 간 구경해보지도 못했다”며 “이럴 때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며 집으로 향했다.

외벌이 가장 노귀식(가명·61) 씨도 “1주일 동안 일감을 배정받지 못했다”며 “아내의 얼굴을 어떻게 보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일감을 받지 못한 몇몇의 구직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충청인력 사무소 주변을 서성인다. 

이내 충청인력 관계자들이 나와 “오늘 일감 없으니 돌아가시라”고 말을 하지만 구직자들은 좀처럼 일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과 걱정에 충청인력 사무소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김중식 충청인력개발 소장은 "여름철에 비해 건설현장 일감이 60~70%가량 줄면서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거리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현장 일감을 기약하고 오시는 분들마다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다”며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건설업계가 실적부진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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