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민 ETRI 시각지능연구그룹 연구원

시각지능연구는 인간의 시각과 연계된 이해를 모방해 이미지나 동영상에서 컴퓨터가 유용한 정보를 자동으로 얻어내도록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인간 감각의 70%를 차지한다는 시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연구의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시각화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필자는 학부생 시절 DSLR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신호처리 수업에서 구현한 알고리즘 결과가 신기해서 진로보다는 흥미로 이 컴퓨터비전 전공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발전 덕택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연구 저변도 넓어지고, 관심 및 산업적 수요 등이 늘어나 운이 좋은 연구자라고 생각한다.

대학 학위과정에서도 여러 산학협력 과제를 통해 관련 기반 기술과 응용 연구를 해왔지만, 정부출연연구원에서의 응용을 위한 연구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필자가 속해있는 ETRI 시각지능연구그룹에서는 정부과제로 ‘딥뷰’라는 이름으로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시각지능기술의 원천기술 뿐 아니라 올해 응용 연구로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키로 했다. 100대 이상의 실제 CCTV에서 사람 및 물체 자동 탐지, 사람의 행동 이해와 같은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각각의 단위 기술에 인터페이스를 맞추고 껍데기를 씌우는 작업만 하면 잘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응용 연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와 이슈가 발생했다. 학계에서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 기준 등이 실제 연구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 응용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는 실용성을 위한 사용자 입장에서 요구사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채널 영상분석에서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최소한의 서버만을 활용해야 했다. 이를 위해선 적은 메모리 및 빠른 동작을 위한 기술로 재설계 해야만 했다. 행동 이해의 연구에서는 오탐지를 줄이고 이벤트 발생 시점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구조로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했다. 특히나 실제 응용 문제에서의 데이터나 기준의 이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컴퓨터비전, 딥러닝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응용 도메인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치고 응용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메인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은 필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응용 연구 과정에서 단순 기존 기술의 적용에만 몰두한다면 지엽적인 기능만을 위한 방법으로 굳어지게 되므로 응용연구가 실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원천기술로서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시각지능연구는 과거보다는 많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아직 지능이라 일컫기에는 어렵고 또한 시각지능 응용기술은 더 더욱 갈 길이 멀다. 또 필자가 속한 연구그룹에서 진행한 응용 연구도 개선할 점과 나아갈 방향이 너무나 많음을 느꼈다. 연구자로서의 소망은 일회성 응용 연구가 아닌 실용성이 반영된 원천기술로의 발전을 이끌어 더욱 파급력 있는 연구를 만들어 내고 싶다. 그 길에 실패와 많은 고통이 있겠지만 다양한 응용에서 빛나며 세상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필자와 연구원 동료들의 작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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