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잇단 비판에 "평론가니까…예민 반응하면 바보"
"국정감사에서 내 이야기 들어줘 감사"

백종원 "싸다고 사 먹는 게 아냐…국내 외식업 걸음마"

황교익 잇단 비판에 "평론가니까…예민 반응하면 바보"

"국정감사에서 내 이야기 들어줘 감사"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방송을 통해 달라진 점이라면, 외식업에 도전하는 분들이 전보다 더 준비된 상태로 들어온다는 거죠. 그 혜택은 소비자가 보거든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3대천왕', '집밥 백선생' 등의 방송에서 해박한 요리연구가, 입담 좋은 사업가였던 그는 '골목식당'을 통해 전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백종원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났다. 그는 화제의 중심이 돼 갖가지 사안에 예민해질 법도 한데 시종일관 유쾌하고 시원시원했다.

"방송을 통해 외식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걸음마 뗀 정도예요. 외식업 자체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었습니다. '추운데 힘들죠?'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니까요. 외식업 종사자들도 더 나아지고요."


시청자들은 '골목식당'에서 그의 모든 말과 조언에 응원을 보낸다. 매주 '뒷목'을 잡을 일이 자꾸 생겨 그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백 대표는 "내 편을 든다기보다는 그 상황과 역할에 동감하는 것 같다"며 "팬이 가장 무섭다. 돌아서면 가장 공격 많이 하는 게 팬이다"고 웃었다.

반대로 안티도 생겼다. 지난 10월에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골목식당' 방송 내용 중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 과정에 대해 "사전에 아무 정보도 주지 않고 12종 막걸리의 맛을 보고 브랜드를 맞히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백 대표를 공격했다.

"저를 공격하는 건 괜찮아요. 장사로 다져졌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나 '골목식당'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외식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긴 제작진이 충격을 많이 받았죠. 제가 '평론가는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고 달래줬습니다."

그는 "평론가가 응원의 메시지를 줄 수도 있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도 있다"며 "간과하면 안 되지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바보다"고 덧붙였다.


정이 떨어졌을 법도 한데 백 대표는 끊임없이 '골목식당'에서 솔루션 받은 식당들을 걱정한다. 최근에는 포방터 시장 편의 홍탁집 아들이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홍탁집과 비슷한 경우가 많죠. 홍탁집 아들이 '열심히 했다'고 하는 건 사실이에요. 근데 장사가 안되고 엄마 혼자만 해도 되니까 계속 겉돌게 된 거예요. 그렇다면 호되게 가르친 다음 그동안 입고 있던 때를 벗겨내면 됩니다."

그는 "'골목식당'에 나온 식당 앞에 줄 서서 먹는 것, 그것이 응원이다. 가서 번호표 받아서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며 "안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 사회적 반향이 커지면서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국감에서 그는 "인구당 외식업체 매장 수가 너무 많고 외식업을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는 소신 발언을 해 국감 스타가 됐다.

"스타는 무슨 스타예요. (웃음) 조심스럽게 얘기한 거죠. 오히려 의원들한테 고맙더라고요. 그전까지 국감은 윽박지르고 혼내는 거였던 것과 달리 제 이야기 들어주려고 했거든요. 그게 조명이 안 돼서 좀 아쉽죠. 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거 국회의원들이 다 인지하고 있더라고요."

방송 활동, 회사 경영, 그리고 다둥이 아빠로서 육아로도 바쁜 그는 정기적으로 '장사이야기'를 열어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최근 열린 '장사이야기'에는 50여명이 참석해 백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에게 백 대표는 ▲ 메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평생 먹어도 안 질리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 ▲ 손님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손님으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 주위 사람에게 조언을 얻으면 안 된다 등의 '꿀팁'을 전수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창업카페 등을 보게 됐는데, 장사를 경험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컨설팅하고 있었다"며 "무책임하게 온라인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책임감 있게 대화해보자 해서 열게 됐다"고 '장사이야기'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외식업계에 대해 그가 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기준 또는 마지노선이죠. 개인 가게들은 고유의 색을 갖추고 프랜차이즈가 만든 기준을 밟고 올라서야 합니다. 그리고 무조건 싸다고 좋은 건 아니에요. 소비자들이 싸다는 이유로만 사 먹는 것 아니잖아요."

국내 외식업계에 대한 그의 걱정과 애정도 묻어났다.

"정말 걱정하는 것은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시장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들어오는 것 자체가 두려운 건 아니에요. 국민의 식문화가 바뀌는 것이 무섭죠. 외국계 프랜차이즈가 들어온 이후에는 외국 개인 업체들이 들어올 것인데, 아직 국내 개인 음식점들은 경쟁력이 없잖아요. 프랜차이즈는 가격을 낮게 유지하면서 외국계 프랜차이즈의 공습을 막는 역할도 해야죠."


백 대표는 내년 사업 확장 계획도 귀띔했다.

"회사는 사실 방송 때문에 침체기를 겪었거든요. 매출은 떨어졌는데 방송 통해서 이득을 봤다고들 하고…. 내년엔 '롤링파스타'와 '인생설렁탕'을 확장해볼까 하고 있어요. 내년 봄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출연도 검토 중입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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